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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Sep 11. 2023

브런치 작가의 셀프 연재 (3) '카페와 글'



아내가 로스팅 카페를 검색하다 내가 좋아할 것 같다는 카페를 찾았다고 했다. 위치는 카페가 있을만한 곳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블렌딩 원두를 구매해서 커피 머신으로 내려서 마시는데, 쉬는 날에는 드립 커피 전문점에 가서 원하는 싱글 원두를 정해서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평일 낮에 아내에게 예약된 수업이 없어서 함께 커피숍에 가서 일을 하기로 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려면 레슨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개인 운동을 하거나 앉아서 영상 편집과 블로그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카페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때까지 카페에서 글을 써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쓴 글들의 대부분은 스튜디오 아니면 서재에서 작성된다. 편안한 곳이 집중이 잘 된다는 생각이기도 하고 참고문헌이 필요한 글은 서재에서 곧바로 책을 꺼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볍게 쓰는 글들은 대부분 참고문헌이 필요 없어서 스튜디오에서도 글을 쓰는 편인데, 이날 카페에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카페에 들어섰다. 뭔가 어색한 공기가 흘렀고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은 피로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싱글 원두 종류를 보는데 생각보다 많은 원두가 구비되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케냐 AA를 골랐다. 아이스 드립 커피로 좋아하는 원두이다. 짧은 시간이 흘러 드립 커피를 받아서 한 입 마셨다. 너무 맛있는 커피 맛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효율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좋아하는 것을 직접 찾아다니는 성실함은 잘 없다. 물론 아내와 함께 특별하게 정해놓은 곳을 찾아가기는 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확실함이 있기에 시간을 내서 가는 편이다. 모험과는 거리가 조금 먼 편이다. 그렇기에 카페가 일하는 곳과 집에서 가까운 것이 너무 좋았다. 


커피를 마시며 앉아서 글을 쓰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글이 너무 잘 써졌다. 몇 시간을 폭풍 글을 썼다. 얼마 전부터 생각했던 소아비만에 대한 글을 한 번에 다 써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 날 수정해서 업로드 한 '소아비만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라는 내가 원하는 키워드 2 순위에 올라갔다. 정말 기뻤다. 



유현준 건축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보통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 전에는 부모와 함께 산다. 그래서 친구를 편하게 집으로 불러오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거실이 없기에, 부족한 거실을 대체해 줄 카페가 많이 생겼다. 카페는 우리의 파트타임 거실인 것이다."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고 아내와 함께 살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재가 있지만, 새로운 공간은 다른 활력과 집중을 준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말처럼 자신만의 슈필라움 영역의 확장인 것이다. 책을 오랜 시간 읽은 사람은 한 권보다 여러 권의 책을 읽는다. 운동을 오랜 시간 한 사람은 몇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슈필라움에서 시간을 오랜 시간 보낸 사람은 슈필라움의 확장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카페는 새로운 슈필라움으로서의 영역 확장이다. 


많은 작가들이 커피숍에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감하지 못했다. '지대넓얕',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등 인문학 분야에서 밀리언셀러 작가로 등극한 채사장은 집 근처 커피숍에서 글을 쓴다고 했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 어부에게 들은 이야기로 쓴 소설이 '노인과 바다'이다. 헤밍웨이는 이 소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카페가 생겼다는 것은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탄생시킨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Writer by, N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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