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나에게 건네는 한마디
그날도 어김없이 나는 제시간에 울리는 핸드폰 알람 멜로디를 듣고 있었다. 그냥 듣고 있었다. 다른 날들과 조금 달라진 건 자리에 그대로 누워서 알람을 듣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알람이 끝날 때까지 휴대폰조차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는 것. 천장 벽지의 잔잔한 패턴들을 물끄러미 감상하고 있었다는 것.
'이제까지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열심히 달리던 내게도 어느 날 불현듯 무기력증이 찾아온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실천하는 삶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학교나 가정교육 그리고 위인전기와 유명인들의 에세이 등이 아마도 내게 영향을 미쳐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랬던 내게 불현듯 '계획적인 삶'에 대한 의구심들이 찾아왔다. 아마도 요즘 흔히 말하는 번아웃 현상인 것도 같다. 꽤 열심히 목표와 계획을 향해 달려온 30대 초반의 내가 무기력해진 까닭은 우선 '행복하지 않다'는 감정 때문이었다.
매일 웃고 있었고, 자주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깔끔한 화장과 옷차림을 하고서 세련돼 보인다는 주변의 평가를 듣기도 했던 나. 그저 하루하루를 프리랜서로 열심히 살아가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긍정마인드로, 미지의 그곳으로 나아갔던 패기 넘치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게 모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내 안의 의구심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남들은 가족과 사랑도 찾고, 취미도 가지고 살아가는데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뭘 해왔을까?' 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뒤늦게 '진짜 나다운 삶', '진짜 행복한 삶'에 관한 생각들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커리어를 키우며 사는 삶이 행복인 줄만 알았던 나에게 '균형 있는 삶'에 대한 욕구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무기력을 매달고 나타나다니! 매일 너무도 괴로운 아침의 해가 두둥실 떠올랐다.
다행스럽게도 개미지옥과도 같은 무기력증과 싸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삶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었다.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책, 유튜브 채널, 주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기도 했다. 작은 힘과 열정조차 없는 날에는 생각과 감정을 멈추는 시도를 해보았다.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나는 나에게 한마디를 해주었다. 계획을 사랑하는 나에게 무조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내가 꼭 세워야 할 계획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야!"
그것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지금 무기력하다면, 행복하지 않단 감정 때문에 힘들다면 나를 위한 작은 행위들을 계획해야 한다. 간편하고 쉬운 항목은 신체를 움직이는 일보다도 내게 좋은 말 한마디를 건네는 일이다. 잔소리는 안된다. 좀 더 오글거리는 말들이어야만 한다. 혹시 모르니까 내게 말을 걸어보자. 그렇게 스스로 중얼거리다 보면 몸을 움직여야 할 계획이 생길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