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그 짧은 시간에도 나의 체력과 정신력을 소진시킨다.
때로는 헤어진 이후에도 한참이나 이어진다. 스스로가 마모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이.
선악과 호오와는 상관없이 요철이 안 맞는 톱니바퀴처럼 덜그럭거리는 관계는 정리해야 한다.
아오, 나도 살아야지. 피가 이렇게 죽죽 닳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손익을 따진다는 게 어불성설일지 몰라도
견뎌야만 했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손절이고
홀가분할 앞으로를 생각하면 익절인 셈 아닐까.
그런데 이런 단절은 대개 상대방의 의사를 배제한 채 나 혼자 결정한 것이기에
무 자르듯 뎅강 말고, 조심스럽게 서서히 멀어지고 싶은 나의 바람에 반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피하고 싶었지만 어쨌든 다시 만났고,
시간에 풍화된 옛 기억은 흐릿해지고 바래서 ─ 아니, 제법 반가우면 어쩌란 건지.
착각하고 긍정 회로 돌린단 말이다. 인간은 어리석기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단 말이다.
얕고 넓은 관계 말고 좁아도 깊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길 원했지만
내가 글러 먹은 건지 어쩐지 얕고 비좁은 관계만 겨우 유지 중이다.
시절인연이기에 지나간 사람에는 미련이 없고,
학년과 반이 바뀌어 뉴 페이스를 만나야 하는 (그중 한 두 명은 1년 간의 동료로 공략해야 하는)
D-day, 즉 3월 2일이 언제나 공포스러웠던 내가
이제 와서 새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귀고 싶을 리도, 그럴 수도 없을 테니, 어쩌겠어.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다하는 한편,
혼자 잘 살아가야지. 나란 존재가 스스로에게 손해가 아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