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오딜 수도원에서 맞이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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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
몽생오딜(Mont Sainte Odile) 수도원에서의 둘쨋날이자 마지막날 새벽이었다.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을 먼저 확인했다. 린다의 아침인사가 페이스북 메세지로 와있었다. 그녀는 내게 수도원에서의 일출을 함께 보자고 제안했고 나는 간단히 준비 하고 방에서 나왔다.
숙소에서 나온 직후엔 어둑어둑했으나 린다와 브리짓과 조용히 산책을 하는 사이에 해가 뜨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러번 본 광경일텐데도 작게 감탄을 하면서 나에게 날씨가 맑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잠시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 들다가 문득 약 10년도 훨씬 전에 첫 여행으로 여수 항일암에서 봤던 일출이 떠올랐다.
당시의 나는 입학한 대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겪고 있었다. 수업을 밥먹듯이 빠지고 부모님이 모두 출근을 하러 나갔을 때 학교를 나갈 준비를 하는 척만 하다가 방으로 다시 들어가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누워서 저녁 4~5시쯤 눈을 뜨면 창문으로 황금빛 지고 있는 해가 비췄는데 그 햇빛을 그대로 맞으며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부정적인 감정속에서 괴로워했다. 심지어 아침에 집을 나와 학교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반정도 가서 정문 근처까지 갔지만, 강의실로 가지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도 했다.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학교를 거의 안나간 결과 나는 입학한지 1년 반만에 제적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그날 나는 새벽에 모아놓은 돈을 들고 충동적으로 수원역으로 가서 가장 멀리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고 여수로 가서 무작정 항일암으로 갔다.
그때 항일암에서 수평선 너머로 동동동 떠오르는 해를 보았는데 바다가 마치 푸른 모래의 사막처럼 아주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는 혼자 왔던터라 그냥 바다와 해를 멍하니 보이면서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때의 나는 내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고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토이 피아노를 좋아한다는 것만 알고 있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이다.
그래도 몽생오딜에서 맞은 일출은 나를 여기까지 이끈것이 무엇이든 내 인생에서 오랫동안 기억할 순간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고 큰 나무들 너머로 알자스 마을의 모습이 보였다. 린다는 항상 내가 보는 시선을 포근한 미소로 돌려주었다.
어느새 몽생오딜 수도원에 아침을 알리는 빛이 창문에 반사되어 비추었고 우리는 잠시 수도원의 여러공간을 거닐다가 식사를 하러 갔다.
수도원에서의 식사라 단촐할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푸짐했다.
미니 크로와상을 비롯해 서너종류의 빵과 계란, 햄, 치즈에 건과일, 뮤즐리와 커피와 허브티까지 전형적인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12시에 통역사를 만나기 전에 막쉐 노엘(Marché de Noël - 크리스마스 장터)이 열리는 알자스의 여러 마을들을 둘러보기 위해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