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 없는 지식을 출간하기 위한 노력
나는 토이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빈티지 토이 피아노의 다양한 음색을 좋아하고 여러 종류의 악기들을 모으며 연주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다.
연주와 공연도 조금 했지만 현재 이 일들로 생계를 끌어갈 수 없으니 꽤 오랫동안 취미로 남겨놓고 있다.
한때 토이 피아노 연주자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지만 여러모로 전업 삼기엔 여건이 좋지 않아 마음을 다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연주자를 목표로 하는 대신 장난감 피아노의 옆을 뱅뱅 돌면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지금도 이렇게 글을 끄적이고 있다.
사실 나는 토이 피아노에 관한 책을 본격적으로 내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문헌들을 참고하고 내가 가진 지식들로 틈틈히 작성한 토막 칼럼을 엮어서
‘토이 피아노의 세계’ 라는 브런치북도 하나 냈다. 그 뿐이었다.
읽은 사람은 조금 있지만 정말 그뿐이었다. 기획부터 잘못되었던 것이었다.
친한 언니에게 나중에 들은 조언은 에세이식으로 나의 경험을 연재하라고 했다. 네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가치가 있으니 거기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정리를 하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식을 담은 내용이니 정보서로 만드는 것이 옳을거라 믿었다. 그리고 열심히 해외 원서를 참고하며 샘플 원고를 완성한 뒤 출판사에 컨택을 시작했다.
시장성 없는 기획서와 원고 일부를 출판사에 돌렸으나 반응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연주자가 거의 없고 악기도 활성화가 되지 않은 분야를 어떤 출판사에 책을 내줄것인가.
그냥 온라인에 내가 가진 정보를 나눈 것으로 만족해야 한 것일까. 하지만 그러기엔 속이 쓰렸다. 왜냐하면 내가 작성한 내용이 무단으로 도용되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전엔 어떤 사람이 작성한 졸업논문에 내 글과 사진이 출처 없이 일부 포함된적이 있었다. 다행히 그 사람에게 연락하자 빠르게 논문 수정을 하고 사과 등의 조치를 취해줘서 나도 원만하게 해결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 불안해졌다.
토이피아노의 세계 - 필자가 쓴 브런치북의 제목이 아닌 이름 그대로 -는 현대음악계에도 닿아 있다.
한국에서 토이 피아노를 사용한 현대음악 분야는 매우 천천히 발전하고 있고 이 악기는 아주 조금씩 실험적인 음악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나는 그들이 토이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만약 한글로 된 자료를 찾길 원한다면 내가 정리한 자료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출간물이 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에 내놓은 창작물은 저작권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요즘들어 체감하고 있다.
독립출판을 생각해보았으나 정말 그 길밖에 없는것인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들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