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준
(What is fairness?)(What is fairness?)
회사를 7년 반 정도 운영하면서 이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고민은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그 근본적 원인을 찾아 올라가 보면, 이전 회사에서 받았던 불공정과 편파성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말할 수 있겠다. 회사가 성장을 하면 기여도나 근무 기간 등을 고려하여 골고루 그 베네핏을 나누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전 회사에서는 일단 기본적으로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었던 것은 물론 일부 직원에게 특혜성 보상들이 주어지는 일이 많았다.
아무튼 회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나는 굳게 다짐했다. 회사가 지옥의 문을 뚫고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꼭 직원들과 회사의 성과를 크던 적던 나누겠노라고. 또한 누구도 소외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키겠노라고. 스스로 다짐을 했고, 또 그것을 문서화하여 직원들과 약속을 했다.
그런 다짐은 창업 2년 만에 현실이 되었고, 2018년 연말에 우리 회사는 처음으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였다. 나를 비롯한 직원들은 매우 고무되었고, 남들에 비해 빠르게 기회가 찾아온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렇게 회사는 영업 이익 중에서 회사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꽤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이제 첫 흑자였기에 대규모의 보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지만 나는 다음 해를 대비한 잉여금을 충분히 남겨 두고도 전 직원들에게 300%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당시 일부의 직원들은 전체가 같은 퍼센트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직원들 대부분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견뎌낸 직원들이었기에 나는 동일한 퍼센트를 제공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개인별로 급여의 차이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한 퍼센트여도 지급되는 인센티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 해가 되고 2019년 역시 우리는 더 큰 성장을 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게 되었다. 전년 대비 무려 2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던 것이다. 물론 그만큼 많은 직원들과 넓어진 사무실 등 운영비도 덩달아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것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의 넉넉한 수익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 해에도 여전히 동일한 퍼센트로 전 직원 350%에 가까운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아, 물론 2019년 중도 입사자들에게는 일할 계산으로 정확하게 적용하여 주었다.
2020년 우리는 거대한 풍랑을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 19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그 누구도 이벤트/프로모션을 진행할 용기를 내지 않았다. 거의 1년간 눈뜬장님처럼 눈만 끔벅끔벅 거리며 모아놓은 여유 자금을 탕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21년 연초 행사가 강행되면서 그 자금들 중 70% 이상이 2020년 말에 들어옴으로 인해 회사는 간신히 대형 적자는 면하게 되었다.
직원들은 회사와 급여를 걱정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코로나 초기부터 발 빠른 대응을 해왔기 때문에 거의 1년 가까이를 빈 손으로 지내면서도 착실하게 위기를 잘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2020년이 끝나고 전 직원들에게 7~9월에 유급 휴가로 받지 못한 급여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50%를, 또 1년간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50%를 2021년 초에 지급하게 되었다. 그것 역시 최대한 형평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지급하게 된 것이다.
2021년이 되자 다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회사는 약 70%에 가깝게 정상화되었다. 1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 전년도에 기록한 적자를 만회하고도 적지 않은 수익이 발생했다. 여기서 나는 형평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예전처럼 동일한 퍼센트의 인센티브를 전 직원에게 지급하는 게 맞는지... 기여도에 따라 약간의 차등을 주는 게 맞는지...
2018년~2019년의 상황과 2020~2021년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기존 초창기 멤버들 중 일부 직원이 이탈을 했고, 새롭게 들어온 직원들이 많았다. 초기에 동일하게 보상을 했던 것은 함께 일궈낸 성공이었기에 그 성과를 동일하게 나누는 것이 공정했다면, 지금은 오랜 시간 회사를 지탱해 온 사람들에게 조금 더 큰 보상을 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판단했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서 공정의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게 2021년 인센티브부터는 근속 기간과 프로젝트 기여도에 따라 약간의 차등을 두기 시작했다. 그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장기 근속자나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여도에 대한 부분은 객관적 지표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누구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인센티브 차등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임원진들에게만 보안 사항으로 공유했다.
2022년이 되어 회사는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매출을 올렸다. 무려 130억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기록하면서 다시 한번 회사는 부흥기를 맞이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2023년의 전망이 너무 비관적이었기 때문에 샴페인을 크게 터트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1년간 엄청나게 고생한 직원들을 생각하면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성과에 대한 편차를 크게 주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전 직원에게 공식적으로 200%를 제공한다고 발표를 했다. (C등급) 그리고는 기여도와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들 일부를 따로 모아서 사실은 300%라고 비밀 발표를 했다. (B등급) 비밀 유지 각서까지 써가면서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혹여 실수로 누설될 경우 차액인 100%를 토해낸다는 과감한 조항까지 넣었다. 그리고는 회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본부장들에게는 400%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A등급) 확실한 베네핏을 통해 내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만약 예전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퍼센트의 인센티브를 줬을 경우 A등급, B등급의 직원들은 아마 엄청난 실망을 했을 게 분명했다. 기여도가 낮은 주니어들이나 중도 입사자들, 연차가 적은 직원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은 이제 역차별이 분명해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처음 다 같이 만들어가던 그 시절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었기에 그때는 그게 공정이고, 이때는 이게 공정인 것이다.
오늘 이 글을 통해 회사 대표자나 그룹의 리더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공정함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모든 직원 혹은 조직원에게 똑같이 대하고 똑같이 보상하는 것이 절대 공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직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시대에 따라 모두가 공정하다고 인식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도화하는 것만이 오랜 시간 그 공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