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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24. 2022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사랑하고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참으로 시적인 제목이 아닐  없다.  제목에 끌려 언젠가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2021년을 넘겨 2022년이 돼서야 영화를 보게 됐다. 작년에는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곤 했는데 최신영화에 속하는  영화의 가격이 4,500원이가격의  문에 영화를 보지 못한  2022 새해를 맞이했다. 웨이브에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결제 이벤트를 통해 100원을 지불했다.  영화를   있다는 것만으로도 결제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리고 아늑한 주말의 어느 날에 영화를 봤다.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연인과의 이별을 경험하면서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내 감정의 잔여물을 그대로 과거의 연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그때를 떠올리며 이불 킥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사랑하고 평생 함께 하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한다. 나도 그랬다. 이별 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시간은 흐르고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그걸로 말미암아 살아간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무슨 일이든 그렇듯이 힘든 순간은 지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랑했던 시간 동안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으니 고마웠다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인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처럼 나는 이제야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나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누구나 특별한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 사랑에 빠진 모두는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다 믿는다. 넘치게 충만한 행복을 느끼며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할 거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사랑도 꽃이 피고 시드는 것처럼 활짝 폈다가 지는 순간이 온다. 사람에 따라 확 폈다가 한 순간에 지기도 하고 천천히 폈다 천천히 지기도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사랑이든 활짝 꽃이 핀 시기가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폈다가 시들고 다시 꽃을 피우고 시들기를 반복하면서 사랑은 단단해진다. 서로만이 알고 있는 시간의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 힘은 엄청나게 강하다. 하지만 그 시간의 힘도 사랑하지 않음을 뛰어넘을 수 없다. 결국에는 사랑하지 않아서 우리는 헤어진다. 과거에 나는 그걸 몰랐다. 노력하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전과 같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좋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함께 했던 시간과 켜켜이 쌓인 수많은 추억들을 뒤로하고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전과 같지 않아도 모든 게 변해도 서로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으면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나는 내 마음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사랑한다 말했다. 오랫동안 만나서 서로에게 익숙해진 여느 오래된 연인처럼 당연히 언제까지나 함께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한 관계는 없다.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내 방황을 기다려주길 바랐고 언제든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에 오갈 데 없는 감정의 잔여물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이제야 사랑했던 날들은 추억이 됐고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 보낸 시간은 모두 나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날들이었음을 안다.



이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주인공들은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지고 취향을 공유하며 그렇게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다. 사랑하는 시간이 행복으로 가득하던 날, 함께 하는 소중한 날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20대 초반에 만난 주인공들은 여느 대학생이 취직을 하고 직장인이 되는 것처럼 그 과정을 거치며 다툼이 잦아진다. 대화는 줄어들고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늘어 간다.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학생 때 그리고 취직하기 전과는 시간의 공기가 달라진다. 그렇게 사랑은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억지로 붙잡으려 하면 더 멀어지고 또 변하지 않은 그대로 있으면 기어코 변해버리고야 마는 것. 사람은 변하고 상황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힘껏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을 한다.



현실에서 오래된 연인에게 사랑은 결혼 아니면 이별이다. 둘의 생각이 같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결혼하고 싶어 하는 시기가 다르다거나 상황이, 생각이 다르다. 그리고 연애 초반처럼 서로를 향한 사랑에 눈이 멀어 모든 것을 감내하며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잘못된 사람은 없다. 잘못된 상황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이별을 겪으면 아무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지만 거짓말처럼 다시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그리고 과거의 잔상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한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이별 후 새로운 연인과 시간을 보낼 때 우연히 마주쳤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공기와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찰나일 뿐이다. 서로 아는 척은 하지 않는다. 그저 떠나간 서로의 뒷모습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손을 흔드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하든 그 사랑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나를 사랑할 거라고 나 또한 그를 사랑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흔한 이별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활짝 폈던 사랑은 아주 서서히 지는 순간이 온다. 내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순간, 이별을 직감했음에도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라는 흔하디 흔한 말,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던 이 말도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고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영화에서 그렇게나 잘 맞던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을 보며 예전 같았으면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영원히 사랑하길 바랐을 텐데 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별을 택한 그들이 진짜 어른으로 보였다. 과거의 내가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미련한 미련으로 붙잡지 않았으면 나는 내 감정을,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변하지 않는 사실 한 가지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변하고, 상황이 변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도 변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고 내 곁에 함께 할, 나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철저히 다져온 로맨스 영화 조기교육은 아직도 나를 사랑에 빠질 순간을 꿈꾸게 만든다. 과거와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그건 가만히 있다고 나에게 사랑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이유는 행복하고 찬란하던 순간이 그리고 처음과 이별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을 했고, 함께 했고, 변했고 또 변하지 않았고, 그리고 이별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그저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열심히 사랑하고 오늘 주어진 나의 시간을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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