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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28. 2019

을지로 카페 4F

방산시장에서 만난 감성 공간.

팀원들과 함께 을지로에 촬영을 나갔던 날, 방산시장의 한 좁은 골목에서 취향 저격 카페를 만났다.


이미 핫한 레트로의 성지가 돼버린 을지로. 촬영을 나가기 전에 을지로가 요즘 말로 힙스터들은 다 들린다는 곳이라고 해서 사실 반항심 조금 섞어 '도대체 뭐가 그리 좋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을지로에 가니 내 취향을 저격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을지로 방산시장의 한구석, 좁은 골목에서 만난 카페 4F도 그랬다.

4F로 향하는 골목 입구

방산시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좁은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색이 바랜 옛날 간판을 좋아하는데 방산시장에 오니 그런 간판들이 많았다. 건물과 간판 사진을 찍으며 골목을 지날 때 이름도 신기한 4F를 만났다.


카페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좁은 골목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외부에는 카페라는 설명 없이 4F라고만 적혀 있어서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입간판과 간판인 듯 간판 아닌 간판이 카페 출입구 옆에 붙어 있다.

카페 4F 외관


4F, 4층이라는 카페명 때문에 카페가 4층에 있나 생각했는데 카페는 1층부터 4층까지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큰 인쇄기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카페라기보다는 작은 전시장 같은 분위기다. 

출입문 바로 옆의 벽에는 다양한 공구들이 전시돼 있다.


1층에 자리한 인쇄기는 '카페가 생기기 전에 이곳은 인쇄소였을까?'라는 호기심이 들게 했다.

건물 내부는 콘크리트 노출을 그대로 살려두고 과하게 꾸미지 않았다. 인테리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카페는 꾸미지 않은 듯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1층을 내려다보며 사진 한 장


2층으로 올라가면 주문대가 있다. 2층에서 주문을 하고 3층이나 4층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주문대에 놓인 컵 홀더와 냅킨/빨대마저도 감성 터진다.


3층에 올라가면 테이블이 있다.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밝았고 그래서 콘크리트 벽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3층
벽에는 감성 넘치는 사진이 걸려있고
긴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다.


3층을 둘러보고 4층으로 올라갔다. 팀원들과 나는 4층에 자리를 잡았다. 

소파가 있는 4층
창가 옆으로 자리한 선인장


음료를 기다리면서 4층을 둘러봤다. 넓은 창밖으로 방산시장과 아파트가 보였다.

4층은 특히나 건물의 콘크리트 벽과 그 사이로 드러난 붉은 벽돌이 더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금이 가고 색이 바랬지만 차갑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이렇게 날것 그대로 살려둬서 더 좋았다.


4층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방산시장도 내려다볼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밖에서 차 한잔 마시며 방산시장을 바라보기 참 좋을 것 같다.

한눈에 보이는 방산시장
전시용(?) 신발이 감성 터진다.


4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기다리던 음료와 티라미수가 나왔다. 주문한 음료는 진동벨이 울리면 2층 주문대에 가서 받아오면 된다.

- 사진은 왼쪽부터 밀크티, 방산 라떼, 백향과 소다, 운향과 소다 그리고 딸기가 올라간 티라미수. -

음료를 갖고 오자마자 너무 예뻐서 다들 사진 찍느라 바빴다.
딸기 티라미수
운향과와 백향과 소다


정말 맛있었던 딸기 티라미수! 통째로 와구와구 퍼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톡톡 터지는 석류 알도 하나씩 곁들여 먹으니 티라미수는 이미 내 마음속에 저장돼버렸다. 다른 디저트 메뉴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다음을 기약한다.

딸기 한입 하실래요?


밀크티는 사진에 보이는 주석잔에 나왔다. 함께 간 팀원의 말이 주석잔은 비싸기도 한데 차가운 음료의 온도를 오래 유지시켜준다고 한다.(시원한 음료는 물론 특히 맥주 마시기에 좋은 잔이라고!)

주석잔에 나온 밀크티



사진 찍고 음료도 마시며 카페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카페에서 나갈 때 1층에 멈춰서 한참이나 사진을 찍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잠시 쉬어가며 천천히 둘러보기 좋았던 카페다. 카페는 흔히 차를 마시러 가는 곳이지만 나는 이 카페가 갖고 있는 감성이 좋았다. 차 한잔 마시고 느린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히 좋은 곳이었다.


"카페는 커피만 맛있으면 됐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감성을 먹고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커피나 음료의 맛도 중요하지만 카페의 분위기나 공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4F는 오랜만에 만난 마음에 드는 카페였다. 을지로에서도 방산시장, 그곳의 오래된 골목에 숨겨진 카페라니. 인터넷에 4F를 검색하니 이미 핫한 카페여서 조금의 배신감(?)이 들긴 했지만 앞으로도 4F가 지금의 적절한 따뜻함을 품고 있는 카페로 방산시장에 남았으면 좋겠다.


을지로 방산시장,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카페 4F에 들러 맛있는 티라미수와 음료 한잔 마시고 가시길.


4F

을지로 감성 가득한 카페 4F.

매일 11:00 - 20:00 / 수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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