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매거진 연재를 시작하며
<일을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의 시작에 대해 소개하려면 약 3년 전, 내가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약 1년여의 고군분투 끝에 취업한, 열정 빼면 시체였던 주니어에게 일터는 영감의 산실이었다. 출근해서 일어나는 작고 큰 사건들,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 거기서 피어나는 생각들을 글로 옮기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다. '최기록'이라는 필명은 그때 탄생했다.
그때 내게는, 회사 사람들과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눌 타당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채용 브랜딩을 위한 구성원 인터뷰 콘텐츠 제작 업무가 그것이었다. 나는 인터뷰를 빌미로 동료들을 1:1로 만나 그들이 해온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물었다. 일에 대한 물음이 삶에 대한 답으로 돌아오거나, 삶에 관한 물음이 일에 관한 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정말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일과 삶을 뚜렷하게 구분하기보다, 일과 삶이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한 장본인이 정형석이었다. 내가 그때 인터뷰했던 동료 중 가장 뚜렷한 일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회사의 CDO(Chief Design Officer)이자 공간 팀을 이끄는 수장이었는데, 대화하는 내내 ‘팀’과 ‘철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가 팀원 한 명 한 명을 얼마나 아끼고 존중하는지, 자신의 업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정형석과는 꼭 회사 내에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함께 흥미로운 일을 도모해 보게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을 했던 때로부터 약 1년 뒤, 우리는 일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하게 되었다.
<일을더 잘하고 싶었습니다>는 주니어와 시니어가 나누는 일에 관한 필담이다. 3년차 주니어인 나, 15년차 시니어인 정형석이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일터 안팎의 다양한 고민을 담았다.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거나 버거울 때,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해 고민이 생길 때, 환경의 변화를 앞두고 조바심이 들 때. 우리가 일을 하며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해 나누었다. 서로에게 답을 구하기보다는, 각자가 일을 대하는 자세를 공유하며 우리가 더 우리답게 성장하길 바라며 썼다.
주니어로서 일을 하다 보면, 조언보다 경험을 구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형석을 수신인으로 편지를 끄적였다. 그에게 보내는 물음이었지만, 사실은 나 스스로를 향하는 질문들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책을 출간하기로 약속한 뒤 1년 6개월이 지났고 많은 원고가 쌓였다. 종이책 발행이 목표였지만, 그것만을 고수하다가는 우리의 글이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브런치북으로 먼저 연재하기로 했다. 24년 2월부터 쌓인 편지들이 하나씩 올라갈 예정이다. 우리의 편지를 읽는 또 다른 주니어와 시니어들이, 자신의 고민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진다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