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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록 Oct 14. 2024

언제쯤 실수를 안 할 수 있을까요?

3년 차 주니어의 실수열전

2024년 3월 7일


몇 달 전에 동료에게 실수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교육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부트캠프 운영 매니저로 일하던 당시, 제가 관리하던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커리어 파트에 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었어요. 직장인들의 커리어 전환을 위한 교육이라 토요일마다 진행되었기 때문에 주말 출근을 해야 했었죠.


교육 수료 후 빠르게 이직할 수 있도록 이력서 강의도 제공되는데, 몇몇 수강생이 본인의 기대와 다른 콘텐츠에 실망했다는 의견을 제게 전했습니다. 저는 그 강의를 직접 준비하고 진행했던 팀원에게 슬랙(Slack)으로 피드백을 전달했어요. '토요일이었지만 남겨두면 평일에 보시겠지' 가볍게 생각했던 거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말인데도 고생 많으시다는 인사와 함께 ‘하지만 수강생들의 의견을 실망이라는 단어로 함축해서 전달 주신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는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아차 싶었어요. 지체 없이 사과를 드리긴 했으나 죄송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주말 저녁 제 메시지로 인해 회사 메신저를 확인하게 된 것도 모자라 내용마저 본인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었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더라고요.


스레드 댓글로는 물론 따로 메시지까지 보내 다음에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없도록 조심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조금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구체적인 피드백과 의견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잡아나갔으면 하고, 다들 바쁘고 정신없겠지만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의욕을 꺾을 만한 표현은 조심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셨어요.




실수는 계속된다


평소에 신중함이나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 성격도 아닌데, 그날은 왜 그랬을까요? 돌이켜 보면 유독 고단한 날이었습니다. 그것도 시간이 퇴근을 앞두고 가장 지쳐 있던 7시경이었어서 ‘일단 빠르게 남기고 가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우고 있었어요. 아직도 선명한 피로감 속에서 타자를 두들기는 실수를 해버린 겁니다. 실망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괜찮지 않았던 거예요.


그때 한 실수로 저는, 예민하거나 피곤할 때는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자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물론 컨디션과 무관하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며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도 다시금 깨달았죠. 최근 팀을 옮기면서 그 동료와 한 파트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이 협업하는 상대로요.


전 다행히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고, 그 동료와도 나날이 신뢰를 쌓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그치는 이야기였다면 좋았겠으나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운 실수들이 계속되고 있어요. 협력사에게 제안한 회의 시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전화를 받고서야 머쓱하게 '아이고 죄송합니다! 4시도 가능하신가요?' 외치거나, 고객과의 콜 로그를 남기지 않아 이후 히스토리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멀쩡한 기능을 잘못 사용해 놓고 버그 같다며 개발자에게 달려가기도 하죠.


물론 그 실수에 대응하는 방식만큼은 연차가 쌓일수록 노련해지는 것 같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하) 그래도 궁금해요. 과연 언제쯤이면 실수를 안 하게 될까요? 형석님도 치명적인 실수를 한 적이 있으신가요? 15년 차 시니어가 된 지금도 그런 실수를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부쩍 해가 길어졌네요. 형석님과 함께 가보고 싶은 공간을 발견했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날짜를 잡아보아도 좋겠습니다. 


p.s. 저의 실수담만 늘어놓다가 직전의 편지에서 던져주신 물음에 답하는 것을 잊을 뻔했습니다. 일과 삶에 관해 형석님과 나누고 싶은 것이 많은 제 대답은 당연히 'Ye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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