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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방여인 Jun 21. 2022

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펜 드로잉 6주 차 다니며 깨달은 것

2년 동안 열심히 눈팅만 하던 미술학원

막상 시작하니 별거 아니었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망설였는지 2년 동안 고민하던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매주 화요일 2시마다 동네 미술학원에 등록해서 펜 드로잉을 하고 있다. 오늘이 벌써 6번째 시간이다.


첫 시간은 펜 드로잉의 기본 스킬을 배웠는데 바로 그림을 그리지 못해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중에 펜 드로잉을 본격적으로 해보니 그 기초 스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펜드로잉 1주차

이렇게 기본 스킬을 익힌 후 쉬운 꽃부터 그려보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제대로 그려본 그림인데 쉽지 않지만 재미있다.

내가 미술학원 등록을 망설였던 이유를 직접 해보니 알게 되었다.


첫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둘째, 너무 어렵지 않을까?


첫 번째에 대한 의문은 직접 그림을 그려보니 생각보다 나는 습득력이 있고 처음 배운 것 치고는 잘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평가^^ 칭찬 고맙습니다)


두 번째에 대한 고민은 나 혼자 그리는 게 아니라 가이드를 해주는 선생님이 있었기에 해결되었다. 처음 스케치부터 도구 잡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step by step 방식으로 배우며 하게 되니 어렵다는 고민은 어느샌가 없어지고 그림 자체를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선생님의 특급칭찬에 펜 드로잉 시간이 즐거워지기 시작했고 5주 차부터는 동물을 그리기로 했다.


스케치를 한 후 오늘은 털치는? (전문용어인가 ㅋ) 날이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 선생님께서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털을 그리는 나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털을 그려보세요"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겼고 선생님은 무심한 듯 펜으로 시범을 보여주셨다. 자세히 살펴보니 선생님은 펜을 잡을 때부터 힘을 빼고 살짝 펜을 눕혀 무심한 듯 슥슥 거침없이 그리셨다.


아 힘을 빼야 하는구나


나는 최대한 잘 그려야 한다고만 생각하며 힘을 잔뜩 주고 그리다 보니 인조털처럼 어색하게 털이 표현되었는데 선생님의 펜터치 부분은 야생 토끼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한 20분 정도 털치 기와 씨름하고 나니 이런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잘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하는 게
더 어렵다


어떤 것을 잘하려면 그것에 대한 기준과 목표가 나름 있기 마련이다.

그와 반면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에는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자연스럽게 하려면 힘을 빼고 결과에도 유연해야 한다.


어쩌면 이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력'이 선제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피아노를 자연스럽고 편하게 칠 수 있을 때까지 몇십 년을 연습했었으며 영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부 했었는가?


왠지 자연스러움이라고 하면 별 노력 없이 쉽게 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오늘 펜 드로잉을 하면서 느꼈다.


자연스럽게 보이는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그려낸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 뒤에는 그들의 피땀 나는 노력이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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