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저런 것들을 지지할까? 뇌에 주름이 없는 것인가? 같은 한 표라는 게 통탄스럽다. 투표권을 뺏어버려야 한다. 즈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어 살게 하고 싶다... 아마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저런 사람 같지도 않은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표를 준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정치 고관심층은 전부 애국자들이다. 서로 아무리 치고받고 싸워도, 나라가 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쪽에서는 간첩을 때려잡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친일파를 때려잡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한다. 방법이야 어쨌든 둘 다 결국 나라가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심지어 대부분의 정치 고관심층은 판단력이 나쁘지 않다. 다만 접하는 정보가 편향돼 있을 뿐이다. 편향됐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해당 정보가 진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쪽을 지지하는 결론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게 정상이다. 이런 주장이 의구심이 든다면 아폴로 달착륙 음모론을 찾아 읽어보자. 반박문을 읽어본 적이 없다면 음모론이 의외로 설득력이 강하다고 느낄 것이다. 본인은 합리적인 사람이고, 그런 걸 믿는 사람들만 바보라고 생각하는가? 전 지구인들이 천동설을 얼마나 오랜 시간 철석같이 믿었는지 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치우친 정보만 제공한 쪽의 불순한 의도와, 무비판적인 태도를 비판해야 한다. 멍청하다고 욕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제로 멍청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상대편 지지자들도 똑똑한 애국자라는 것은 알겠다. 그래도 열받는 건 어쩌란 말이냐? 일단 진정하자.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던, 내가 설득당하던 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아래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1. 부족 생활을 했던 우리 인간은 정치에 생존본능이 작용한다. 따라서 정치라는 주제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고 이성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속에서 천불이 나도 이성의 끈을 붙잡을 수 있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2.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면, 절대 상대방을 조롱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본인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미 무의식 중에 인지부조화가 일어나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사람을 조롱한다면 그 사람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더 꽁꽁 숨어버릴 것이다. 얼마 전 어떤 정치 집단이 조롱하기를 주요 선거 전략으로 쓰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3. 대체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논쟁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정치인이나 집단을 싫어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면 먼저 공감해 주자. 그리고 본인의 생각은 힘을 빼고 이야기한 후 '물론 나도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다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정도로 마무리 지으면 된다. 이제 그 사람이 마음을 돌릴지 말지는 내 통제 밖의 일이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라를 반으로 완전히 쪼개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각자의 세상 속에서 서로를 혐오하느라 바쁘다. 이럴 때일수록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입장은 달라도, 저 사람은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이 시대의 상처를 아물게 할 첫걸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