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과 소신 모두 다른 사람 말을 안 들으면 듣게 되는 말이다. 다만 결과에 따라 사람들이 둘 중 하나의 딱지를 붙여줄 뿐이다. 결과가 좋았다면 소신, 나빴다면 고집이라고.
고집 센 사람이라는 말이 듣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패에 '내 그럴 줄 알았다'는 후견지명을 발휘하며 똑똑한 스스로의 모습에 취하는 것을 즐긴다. 그자들은, 나아가려다 넘어진 사람을 비웃는다. 하지만 넘어진 사람은 결국엔 앞으로 나아간다. 무릎이 깨지며 넘어진 이유를 배우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기 주관으로 선택을 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선택의 이유를 알아야 실패의 이유도 알 수 있다. 실패는 나를 지도한다.
어떤 분야에 통달한 사람은 초보자의 시행착오를 비웃지 않는다. 그것만이 잘 하게 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의 결정에 함부로 고집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그 사람이 가리키는 길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은 사실 실패가 두려워 관람석에 있기 때문이다.
자기 주관이 있고,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 그것만이 유일하게 존엄하다. 운이 나쁘던가 내가 멍청해서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망해도 좋은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성공한 사람의 죽음은 비참하고 불공평하다. 이승에 두고 가는게 많기 때문이다. 죽음이 얼마나 아쉽겠는가? 둘째, 망하고 다시 성공했을 때 서사가 죽여준다. 아빠가 회사를 차려줬다는 재벌 3세의 경영일기를 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똥밭에 구르며 깨지다가 결국은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의 서사가 더 흥미롭다.
다른 의견을 배척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의견을 내 바구니에 기꺼이 넣어두고, 내가 판단해서 골라내면 된다. 그리고 누군가 왜 바구니에서 그걸 꺼냈냐고 물었을 때, 색깔이 예뻤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