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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효과

아름다움, 그리고 여기에 도달하는 지난함에 관하여

daily effect /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by demji

어쿠스틱 기타를 제작하는 장인 하야세 린早瀬 輪이 기타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한 대의 기타를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놀랐고, 그 지난한 과정을 세심하고 진중하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야세 린이 만드는 놀라운 악기들만큼이나 그의 말에 큰 울림이 있어 이를 옮겨봅니다. 이 말에는 그의 직업관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념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우선 신중하고 정확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많은 요소가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악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요소에는 음색은 물론, 연주의 용이함, 내구성도 포함됩니다.

저는 추악한 것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추악한 것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 이면에는 고의성이나 일종의 의도가 있습니다. 좋은 것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일에 다른 무언가가 숨어 들어가려고 합니다. 추악한 일은 그러한 불순한 의도가 개입될 때 탄생합니다.

저는 가능한 한 불순물이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감각적인 '미'의 감성뿐만 아니라 성능(음색), 편의성(연주의 용이함) 그리고 내구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개념입니다. 저는 건축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그의 말에서 기타 대신 건축을 대입해 봅니다. 그래도 충분히 뜻이 통합니다.


그는 어떤 고의성이나 의도가 불순물이며, 이것이 없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합니다. 매우 잘 설계된 건물을 볼 때면,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감이 필요치 않은 상태가 바로 불순한 의도가 소거된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드러내기보다는 자제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자제할 대상을 스스로 깨닫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건축의 장인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축의 기본 요소가 견고함(firmitas), 유용성(utilitas), 아름다움(venustas)에 있다는 것, 디자이너는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모두 학교에서 배운 기본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일수록 더 쉽게 잊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다시금 배웁니다.



하야세 린 인터뷰 및 사진 :

https://www.youtube.com/watch?v=pEpACOTrU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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