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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Aug 14. 2023

어떤 향과 맛의 술을 좋아하세요?

다농바이오 매니저 장윤정 님

"나의 '돈 버는 능력'에 대해 꼭 고민해 보세요."
헤이조이스 인스파이러이자 ATC파트너스 대표인 문효은 님의 인터뷰 중 이 말이 우리 마음에 깊이 남았어요.

생에 한번은 결국 '내 것'을 해야 하는 때가 오지요. 
실제로 조직을 떠나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사업이든 장사든 내 브랜드를 만들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언젠가 메이커가 될 우리에게 영감을 줄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를 앞으로 종종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은 '가무치' 소주라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여정에 뛰어든 장윤정 님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다농바이오 매니저 장윤정 님



Q. 안녕하세요 윤정 님, 헤이조이스 멤버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충북 충주에 있는 증류소 ‘다농바이오’에서 일하고 있는 장윤정입니다. ‘가무치’ 소주의 판매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하고 있어요. 웹 개발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어요.



Q. 커리어에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어요. 업계도 직무도 완전히 바뀌는 것이 두렵진 않았나요?


헤이조이스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이 세상에는 저마다의 성공 방식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개발을 쉬는 게 좋은 선택일지 고민이 정말 많았지만 이 일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저에게는 또 저만의 방식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죠. 너무 비장하지 않게, 제 능력이 닿는 데까지 이 도전을 즐기고 싶어요.



Q. 요즘 ‘가무치’ 소주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무섭게 성장 중이에요. 가족 모두가 함께 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전통주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다농바이오 대표인 엄마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네요. 늘 웃는 얼굴이지만 굉장히 강단 있고 배포가 큰 사업가예요. 소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 년간 자영업을 해오셨는데, 이전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자 바로 다음 사업을 구상하더라고요. 제발 쉬라고 하는데 절대 말릴 수 없는 것 같아요.(웃음)


다농바이오도 큰 그림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이 일이 엄마 세대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2세대, 3세대까지 가져갈 계획을 처음부터 구상했죠. 제품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매출을 거둘 거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10년 이상 버틴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어떤 사업이든 뚝심 있게 오랜 시간을 버티면 반드시 궤도에 오른다는 걸 뼛속 깊이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Q. 다농바이오 양조장이 독일 코테사의 최상급 증류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찾아보니 증류기 규모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시간의 축을 길게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과감한 선택이 많았는데요. 그중 하나가 억대 최상급 설비에 투자한 거예요.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크고 좋은 등급의 증류기로, 저희가 국내 최초로 들여왔어요. 건물 2층의 높이에 육박하는 증류기인데, 주문 후 10개월이 걸려 한국에 도착했고 2개월 동안 설치를 하며 1년 동안 공을 들였어요. 덕분에 한국 술에 최상급 위스키 증류 기술을 접목할 수 있었죠.



Q. 첫 제품을 출시할 때 제품뿐 아니라 네이밍, 디자인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당시 어떤 전략을 세웠나요?


업계 종사자분들에게 “누가 전통주를 이렇게 브랜딩 하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원소주’가 전통주에 대한 통념을 많이 깼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거든요. 예를 들어 한글 캘리그래피, 한지, 오간자 등의 전통적인 요소를 넣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이고 대부분 이 공식을 따라가요.

 

저희는 고정 관념 없이 접근했기 때문에 지금의 ‘가무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문적으로 브랜딩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답게’, ‘우리답게’ 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단지 하나의 브랜드나 프로덕트가 아니라 이 제품이 우리 회사의 모든 것이라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결정했지요. ‘가무치'라는 이름에도 회사의 DNA를 담았습니다. 척박한 환경, 심지어 물 밖에서도 6개월간 살 만큼 강인하고 생명력 넘치는 가물치처럼 오래 버티고 살아남겠다는 진심이 녹아있어요.



Q. 요즘 전통주 업계는 어떤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나요?


예전엔 집에서 술을 담그는 가양주 문화에 가깝고, 대부분 소규모 양조장 형태로 뛰어들었는데요. 요즘은 좀 더 상업 양조의 성격을 띠는 양조장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또 하나의 변화는, 이제는 브랜드 철학, 가격, 제품력, 디자인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제품이 주목받는다는 거예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며 주목을 끌던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죠.



Q. 대중적으로 어떤 향과 맛의 전통주가 인기를 얻고 있나요?


나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요즘 많은 분들이 전통주에서도 주종별로 선호하는 맛과 향을 찾고 있어요. 탁주는 산미가 대세고, 증류주는 누룩향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요. 마니악할 수 있지만 위스키 애호가 중에서도 피트 위스키에 지독하게 빠진 분이 많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가무치’ 소주는 상압식 쌀 증류주 특유의 누룩향이 적어요. 달콤한 쌀향과 바닐라향이 더 많이 나죠. 저희의 증류컷 기준과 증류기 특성 때문인데요. 이 점이 전통주 마니아에게는 오히려 이색적으로 다가갈 거라, 모두에게 흥미롭고 개성 있는 술이에요.



Q. 아직 증류주의 매력을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외국에는 위스키나 럼, 진처럼 독주로 마실 수 있는 주종이 명확히 있는데 우리나라 술 중에는 떠오르는 게 많지 않아요. 소주라고 꼭 삼겹살, 닭발이랑 먹는 게 아니라 비스킷, 누룽지처럼 간단한 안주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걸 경험해 보시면 좋겠어요. ‘가무치'는 술 자체의 향과 맛으로도 충분히 풍부한 전통주가 궁금한 분,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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