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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빈티지

빈티지로 이룩한 경제적 자유, MadeWorn의 할버슨

by 스눕피


빈티지 미치지

메이드원의 블레인 할버슨


“랄프 로렌은 패션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쳤어요. 내가 바라는 건 사람들에게 다른 방식의 삶을 보여주고, 그런 작업 윤리를 지향하게 하는 겁니다.”


평생 반복해 입거나 신어 낡은 느낌을 내기 위해 멀쩡한 옷과 신발을 흙 속에 묻어 영구적인 얼룩을 만들고, 블로토치와 사포로 흠집을 내 아름답게 노화시킨다. 필요하면 화학 약품을 활용해 노화를 가속화한다.



옛 광산 갱도를 샅샅이 뒤져 80년, 아니, 심지어 100년 이상의 세월을 견딘 옷의 잔해로부터 영감을 받고, 그것의 느낌과 외관을 재현하는 예술 작업에 집중한다.


Blaine Halvorson


1998년, 20대부터 수집하던 록 밴드 투어 티셔츠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궁극의 콘서트 티셔츠를 재현하겠다며 정크푸드 클로딩(Junkfood Clothing)을 창업, 주요 스포츠 리그, 디즈니, 마블 코믹스 등 방대한 목록의 라이선스를 확보하여 빈티지풍 레트로 티셔츠를 제작하다가 2005년, 델타 어패럴(Delta Apparel)에 2천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해 경제적 자유를 실현한 뒤지게 부러운 남자, 블레인 할버슨(Blaine Halvorson).



Junkfood Clothing


“사람들이 늘 내게 물어요. 그 큰돈을 받고 회사를 판 기분이 어떠냐고. 근데 그거 아무 의미 없어요. 그런 걸로 기억되고 싶지도 않고요.

인생의 성공은 내가 하고 싶은 걸,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한다면 코끼리 천 마리를 이끌고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널 수도 있어야 돼요.”


매각 대금으로 창의적 삶의 2막을 연 할버슨은 2013년, ‘Madeworn 메이드원’이라는 브랜드를 설립하여 20년 이상 즐겨 입은 단골 셔츠처럼 시간의 흔적이 더해져 아주 맛있게 익은 의류와 액세서리를 디자인한다. 내구성 있고, 잘 만들어졌으며, 진정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의류가 부족하다는 좌절감은 재창업을 앞당겼다. 브랜드 운영에 있어 그는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옷을 만들던 옛날 방식의 수작업을 고수한다.


MadeWorn


할버슨은 바래고, 닳고, 헤지는 낡음의 미학을 선보이는 자신의 작업 일체를 생명, 이야기, 과거 그리고 깊이가 있는 3D 입체 예술로 설명한다.


그는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고도 영화 <레버넌트>와 <아쿠아 맨>, 넷플릭스 시리즈 <프런티어>의 코스튬 제작을 담당하는 등 영화와 미술, 건축과 관련한 프로젝트까지 다양하게 병행하며 전투적인 빈티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만드는 게 제 행복이에요. 제가 만드는 모든 옷에는 저의 DNA가 조금씩 담겨 있어요.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완전히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세상입니다."


영화 <레버넌트>를 위해 낡은 수제 책을 제작했다.


약 1,000권에 가까운 책을 손으로 만들고 직접 제본했단다.


“레버넌트 의상 작업을 진행할 땐, 10주 동안 거의 하루 24시간씩 일했어요. 내 생애 가장 큰 프로젝트였죠. 아마 수명이 10년은 줄었을 겁니다.”


할버슨의 수명과 맞바꾼 자체 제작 의상, 뭣이 중할까?


비록 나의 경우, 할버슨 삼촌처럼 빈티지에 완전히 미친 사람 앞에서 감히 빈티지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애호이지만, 빈티지 아이템 쇼핑을 어지간히 즐기는 미친 한남으로서 괜히 한번 거들자면,


"뉴욕 마피아 감비노 가문 소유였던 박제 기린을 포함, 매우 혼란스러운 오브제로 가득한 MadeWorn 스튜디오"


빈티지 아이템의 매력이란 역시 유일무이한 제품에 고스란히 담기는 진정성과 기념품 같은 특별함 그리고 그것들이 나의 마음속에 비밀 같이 애틋한 이야기를 추억처럼 엮어간다는 어떤 관련성이 지니는 호소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해가 갈수록 거세지는 작금의 빈티지 패션 열풍은 단순한 겉멋과 치장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세례와 세월의 아름다움(가치로움)을 이해하는 문화적 저류가 애교 수준으로 발현하는 현상(이제 시작이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빈티지는 미치지.”



■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


Gimme some of that old love



https://youtu.be/1j-CF6FXgXE?si=muY7mmTn1X675tGA

Old Love by DRU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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