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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K Jun 22. 2020

How 사진치료(1)?

뽕숭아학당, F4 대상으로 한 그림카드 치료와 사진치료의 비교

뽕숭아학당(TV조선)에서 미스터 트롯 F4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이 진행되었다. 홍수 같은 스케줄로 힘든 F4에게 마음을 달래주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F4 팬의 한 사람으로서) 참 고마운 일이나, 심리상담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준 같아 안타까웠다.


카드를 선택하고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영웅'


상담은 상담사 '주노'가 직접 제작한 그림카드(23장)로 "투사적 과정"을 하는 3 단계로 진행되었다.


<<영상 속 그림카드치료 과정>>


1단계) 내담자가 끌리는 사진 3장 선택하고, 선택한 이유 말하기

2단계) 내담자가 고른 사진에 대한 상담사의 해석

3단계) 상담사의 솔루션 제시


처음 상담자는 요즈음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 질문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후, 그림카드를 주면서 '끌리는 카드를 고르라'라고 지시한다. 이때 내담자들은 무의식을 투사하여 카드를 고르게 된다. 왜 이 카드를 선택했는지, 이 카드가 (자신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 설명해 보라고 한다.


카드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면서 새롭게 지각한 '찬원'


1단계에서는 사진치료의 "투사적 과정"과 동일하다. 무슨 사진을 골랐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사진을 어떻게 지각하느냐가 중요하고, 그 정보는 내담자가 하는 말속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핵심 단어와 감정을 잘 구별해서 확인하면 된다. 사진을 고르는 것은 내담자가 의식하지 못한 무의식을 발견하기 위해서이고, 사진 탐색에 집중하면서 상담에 대한 부담과 방어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체는 매체일 뿐 결국 사진 선택 이후부터는 상담자의 전문 역량이 상담효과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아쉬운 부분은 2단계에서 상담자의 반응이었다. 자신이 만든 그림카드를 장시간 사용했으므로 상당량의 데이터 베이스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A카드를 고르는 사람의 특징, B카드와 C카드를 함께 선택했을 때의 심리상태 등.. 그렇지만, 상담자가 아무리 확신이 들더라도 어디까지나 이것은 상담자 개인의 가설이다. 비록 백 프로 내용이 맞다 하더라도 (객관식 답 중의 하나처럼) 확답을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상담에서 <해석>은 중요한 기법이지만 해석을 "마침표"로 찍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상담자의 지각이므로 그 해석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상담자에게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건 제 생각이니 맞을 수도 다를 수도 있어요. 제가 보기에는 ~ 처럼 보이는 데(느껴지는 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의문형으로 제시해야 한다. 내담자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방어하는 내담자에게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상담사


그런데 이 영상에서 상담사는 마치 도사처럼 "당신은 ~ 하다."라고 확신에 찬 해석을 한다. 내담자들(F4)은 그 해석 중에 맞는 부분에 대해 소름 돋는다며 격한 반응을 한다. 이런 반응은 상담자로서 매우 유혹적이다. '봐. 내가 이렇게 실력 있는 전문가야. 난 이미 네 마음을 다 알고 있어. 그러니 나를 믿어'라고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그러나 (상담자인) 우리가 잊어서 안될 것은 상담자는 내담자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서나 내담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일들로 위축된 내담자가 상담에서 효능감을 얻을 수 있도록 상담자는 내담자 호흡과 보폭에 속도를 맞추어 반보 뒤에서 따라가야 한다.


3장의 사진(2장 이상)에는 내담자의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상담사(사진 치료사)는 그 반복 패턴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정받고 싶다, 버림받을 까 두렵다 등등... 때로는 한 대상에 대해 불일치되는 사고와 감정을 보이고 있다면 그 내용을 중립적으로 거울처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내담자의 자기 이해를 위해 중요하다.


내담자의 보고 방식에서 상담자가 느낀 언어나 비언어적 느낌을 거울처럼 피드백해주는 점은 효과적이다. (예, 00 씨는 속이야기를 잘 안 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하더라도 남들이 잘 믿지 않는 것 같다.) 상담 장면에서의 내담자의 (상담자와) 관계 맺는 방식이 외부 관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행동치료(?)를 처방받는 '민호'


마지막 3단계 과정이 가장 아쉬웠다. 당신의 문제가 뭔지 알았으니 솔루션을 주겠다면서 상담자가 카드를 한 장 골라서 제시한다. 상담은 결코 솔루션 제시도, 답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담자는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정답이라고 제시한다. 물론 상담에서도 답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은 상담자가 아닌 내담자가 찾아야 하는 것이며 그 탐색과정에 상담자는 조력자로 함께 한다. 심리상담이 무속상담처럼 답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회 상담으로 솔루션을 제시해준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가 있다.


한국에서 상담자의 가장 큰 적은 <무속인> 일 것이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우리들 대다수는 1주일에 1시간씩 최소 열 번 이상을 만나 서서히 변화하는 상담시스템을 참기 힘들 것이다. 지금 당장 힘들기 때문에 누군가가(애기 도사든, 처녀 도사든, 상담가든 누구든) 명확한 솔루션을 한 방에 제시해주기 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무속상담이 더 인기가 많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상담사가 F4에게 제시한 솔루션


TO. 영탁) 너에겐 좋은 스승들이 있어. (귀인에게 배우는 자세로 살아라)

TO. 영웅) 네가 가는 길을 가면 돼, 타인의 생각은 신경 쓰지 마라.

TO. 찬원)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외로워하지 말아라.

TO. 민호) 힘들고 어두운 마음을 적어서 불로 태워보라.


상담사가 F4에게 제시한 솔루션들을 보면 다 멋진 말이다. 그 순간에는 감동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면의 상처들을 개복해서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그 상태에 맞는 치료 없이 비싼 연고와 반창고만 붙인다고 치료가 될까? 아무리 비싼 반창고라도 물기가 조금만 스며들면 금방 떨어지지 않을까.


영상 속 상담과 달리 사진치료의 "투사적 과정"은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투사적 사진치료의 과정>>


1단계) 내담자가 끌리는 사진 몇 장을 선택하고, 선택한 이유(사진에 대한 지각)에 대한 보고

2단계) 내담자가 고른 사진에 대한 의미 탐색(상담자 & 내담자 함께), 공통 패턴 찾기, 의문형 해석 Or 확인기법

3단계) 알게된 정보를 활용한 언어 심리상담


사람들 앞에서 24시간 주목받고, 화려한 조명 밑에서 즐거움을 줘야 하는 그들에게 심리상담은 정말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속사의 책임과 의무 중에 스타들을 위한 지속적인 심리치료 서비스가 필수로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직업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더 행복할 수 있도록.


P.S)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면, 상담가 자격을 미리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얼핏 생각할 때 <심리상담사>가 <상담심리사>보다 더 전문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퀄리티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심리상담사는 평생교육원이나 인터넷에서 단기간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이다. 꼭 심리학(관련) 전공이 아니어도 쉽게 딸 수 있는 반면, 한국 상담심리학회의 상담심리사 자격증은 상담 전공자로서 오랜 시간 훈련을 받고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친다.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협회 자격증이 난무하다. 그런 자격증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치료 #상담 #뽕숭아학당 #상담 #투사적 과정 #영탁 #임영웅 #이찬원 #장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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