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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K Aug 26. 2020

HOW 사진치료?(2)

무의식과 의식의 간극 이해하기

# 사진으로 지금-여기의 내 마음을 꺼내서 보다.      


사진치료사는 “투사적 과정”을 할 때, 참가자들에게 사진 더미 속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사진을 0장 고르라”고 지시를 한다. 참가자들은 <처음에 눈이 간 사진, 왠지 무시하기 어려운 사진, 자꾸 시선이 가는 사진>을 고른다. 이 과정에서는 사진을 들었다 놨다 의도적으로 하기보다는 첫 느낌과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내 무의식이 이끄는 사진을 선택할 수 있다.


사진치료사는 참가자들이 선택한 사진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명상을 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처음 볼 때와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지, 전에는 안 보였는데 새롭게 보이는 곳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게 한다. 대부분 그 과정에서 사진이 새롭게 지각되는 체험을 한다.      


한 여성이 “와! 귀여워”하면서 냉큼 골랐다. 그녀는 단순히 귀여워서 고른 사진이었는데, 사진명상을 하는 과정에서 사진 속 인형이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고 했다. “인형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가리키며 보라고 하는 것 같다”. “무엇을 보라고 하는 것 같아요?”는 질문에 “네 마음을 들여다보라.” 그러면서 하트 속의 작은 하트가 새롭게 보인다고 했다. “그 작은 하트는 무엇을 의미할까요?”라는 질문에 “내 마음 속에 힘들어서, 감당하기 어려워서 잠시 덮어둔 마음, 그 마음을 살펴보라고 해요.”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지금 보니 이 인형이 나인 것 같아요. 남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네요.” 이미 그 영역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그녀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힘겹게 삼키고 있었다.     

  

사진의 치유적 속성 중의 하나는 <외부화(or 외재화)>다. 누구도 제 마음을 잘 모른다. 그리고 '마음'이라는 게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생물체라 따라가기도 힘겹다. 그런 알 수 없는 속마음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바깥으로 꺼내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심리치료에서 큰 강점이다. 상담자, 내담자가 함께 내담자의 마음을 이미지로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 그녀가 고른 "하트 속의 하트" -

# 무의식은 이미 그 사진을 선택했는데,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왜 시시각각 사진이 다르게 보이나?, 처음에는 안 보이던 것이 왜 새롭게 발견되는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수많은 사진 속에서 무의식이 접촉된 사진은 보는 즉시 안다. 다른 사진들은 모두 배경이 되고 그 사진만 주인공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애써 무시하려고 해도 계속 내게 말을 건다. 그래서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사진을 고르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속도는 "5G"고 의식의 속도는 "2G"여서 그 속도간의 거리가 꽤 된다. 나의 무의식은 이미 그 사진을 선택했지만, 의식의 속도는 많이 느려서 도통 내가 왜 이 사진을 골랐는지 못 알아채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치료사가 “왜 이 사진을 골랐는가?”라는 질문에 다소 엉뚱한 답을 한다. 좀 전의 그녀처럼 “인형이 귀여워서” 라든가, “시원해 보여서”, 혹은 “색상이 좋아서”등등. 사실 처음에 이 사진을 고른 이유들은 큰 의미가 없다. 사진 명상을 한 후, 새롭게 발견된 부분에서 무의식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트 속의 작은 하트가 보인다”고 한 것처럼 이 후에 발견된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 무의식과 의식의 간극 때문에 대부분 치료사가 촉진적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무의식과 의식의 간극이 서서히 일치되고 그제서야 내담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진을 고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진치료사가 <촉진적 질문을 적시에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치료도 매체를 활용하는 심리상담이니 상담자가 적절한 시기(적시성)에 효과적인 질문을 잘해야 한다는 원리는 동일하다.


# 내가 선택한 사진에는 무의식적 욕구가 응집되어 있다.


상담자 연수에서 "투사적 과정" 사진치료 시연을 위해 자발적인 한 내담자를 초청했고, 기본적인 질문들을 나누었다. 내담자가 선택한 2장의 사진 중에 좀더 시선이 가고, 마음이 가는 사진 1장을 선택하도록 했다. 오랜 경험 상, 내담자가 선택한 사진 중에서 좀더 내담자의 무의식이 투사된 "주인공사진"이 있다. 이 사진에 대해 깊이 나누는 것이 내담자 마음과 욕구를 이해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 내담자가 고른 연꽃사진, 연꽃과 노란 수술 -

그녀가 고른 사진은 <연잎 속의 연꽃 사진>이었다. 촉진적 질문을 통해 그녀는  연잎보다 연꽃에 시선이 가며, 배경같은 연잎들보다 "선명하고 붉은 연꽃"이 눈에 띄어서 좋다고 했다. 몇 번의 심층적 질문을 통해 그녀는 "붉은 연꽃"처럼 주목받고 싶어하는 자신을 통찰했고, 구체적으로 강의능력을 키워서 여러 사람들 속에서 주목받는 멋진 강사가 되고 싶은 욕구를 명료화했다. 다시 사진 속으로 집중하는 과정에서 "연꽃 속의 노란 수술"에 집중된다고 했다. 노란 수술을 바라보는 내담자의 마음은 "애잔함"과 "아픔"이었다. '그 연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마음이었다. '마음이 아프고 애잔한 이유"를 탐색해보니, 남편이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고됨이 있었다.


무의식적 욕구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 선명해진 후, 그녀는 사진이 조금 전과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이제는 초록색 잎들과 혼자 색깔이 달라서 튀는 연꽃이 "남편"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어떤 생각과 감정들이 드는지 탐색하니, 가정 안에서 자신과 아이들은 서로 비슷하게 조화를 이루는데, 남편만 유독 개성과 주장을 펼쳐서 못 어울리는 모습처럼 지각된다고 했다. "어떻게 변화를 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연꽃이 혼자 튀지 말고 비슷한 컬러로 함께 조율하며 조화를 이루기 바란다고 했다.    


이 내담자는 한 사진 속에 <중의적 욕구>가 있었다. 먼저 남들이 주목하고 인정할 만한 <역량있는 강사>가 되고 싶은 스스로에 대한 욕구와 남편이 자신을 <외조>해주고, 가족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행동>해주길 바라는 욕구였다.


사진의 또다른 치유적 속성으로 <응집성>이 있다. 몇인치되지 않는 작은 종이조각 안에는 내담자가 미처 알지 못한 무의식과 욕구와 두려움들이 모두 응집되어 다. 사진치료사가 내담자의 마음 속도에 맞추어서 촉진적 질문만 잘한다면 그 엄청난 비밀의 탄광을 채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치료 #심리치료 #투사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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