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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K Nov 11. 2020

How 사진치료?(4)

전경과 배경의 변화 

사진치료 연수에서 투사적 과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실 분을 초대하였다. 


#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이 보기 좋아요. 

1번 사진: 푸른 하늘


2번 사진: 정리정돈


가장 먼저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와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상) "많은 사진 중에서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내) "1번 사진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좋아서 선택했고, 2번 사진은 술병은 많지만,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이 좋아서 선택했어요." 


연이어 무의식 통찰 질문과 임파워링 질문을 하였다. 


상) "사진 명상을 하면서 멀리서 볼 때는 안 보였던 새롭게 발견된 부분이 있나요?"   

내)"1번 사진은 나무가 끝까지 보이지 않고 잘렸더라고요. 2번 사진은 자세히 보니 그림자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거슬렸어요." 


상) "사진을 포토샵 할 수 있다면 어떤 부분을 수정하고 싶나요?"  

내) "1번 사진은 나뭇가지가 잘리지 않게 나무 전체의 모습을 찍고 싶어요. 2번 사진은  깔끔하게 정리해서 그림자가 뾰족하게 나오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 내담자 언어 속에서 반복되는 키워드 찾기


내담자는 <정리정돈>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단어는 다르지만 같은 의미의 키워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내담자의 말속에는 내담자의 욕구가 숨어 있다. 모호하고 자유분방한 것을 싫어하고 정확하고 분명하고,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을 강하게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 "지금 이야기하시면서 정리정돈, 정돈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내)"제가요? 네. 그런 것 같네요. 맞아요. 전 분명하고 정돈된 것을 좋아해요.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비우고 정돈을 하고 살고 싶어요. " 


<지금-여기>에서 내담자에게 좀 더 강한 역동을 불러일으키는 무의식을 통찰하기 위해 두 장의 사진 중 좀 더 집중되는 사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진에 대한 정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가 내담자를 이해하는 힌트를 제공해 준다. 


상) "두 장의 사진 중 지금 좀 더 마음이 가는 사진이 있나요?" 

내) "1번 사진요. 1번 사진이 좀 더 시선이 가네요." 


상)"그러면 우리 1번 사진을 볼까요. 1번 사진에 대한 기분은 어떠세요?" 

내)"처음에는 하늘이 푸르게 맑아서 청아하고 산뜻한 느낌이었는데, 지금 보니 좀 외롭고 처량하고 쓸쓸하네요." 


# 사진에 대한 정서와 메타포 확인하기


내담자가 처음 이 사진을 선택한 이유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전경)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이 배경이 되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낙엽이 주인공(전경)이 되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실 무의식은 이미 (반 이상 떨어진, 남은 낙엽들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낙엽에 동일시되었으나, 수면(의식) 위까지 떠오르는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뒤늦게 통찰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내담자가 1번 사진에 대한 정서가 부정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낙엽의 메타포에 대해서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상) "처음에는 청아하고 산뜻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외롭고 쓸쓸한 느낌으로 바뀌셨네요." 

내) "몇 달 전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충격이 컸어요. 평생 내 옆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인데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걸 보니, 나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텐데 남은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 생각이 큰 것 같아요."  


내담자가 1번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가 (무의식적으로) 연상되었을 것이고, 떨어진 낙엽(생명을 상징)은 아버지이자, 자신의 지나간 인생일 것이다. 나뭇가지에 남아있는 낙엽은 남아있는 절반의 인생일 것이다. 인생의 가을을 맞은(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촉발 사건)으로 인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삶(방향, 가치)을 잘 정리하면서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석을 조심스럽게 의문형(어디까지나 상담자의 가설이므로)으로 반영하였다. 


상) "어쩌면 푸른 하늘이 아니라 이 낙엽이 선생님을 불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까요?" 

내) "그런 것 같아요. 평생 제 옆에 계실 것 같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누가 답을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결국 해결책은 내담자의 몫! 답을 주고 싶은 유혹 견디기


상) "정말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명확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인데, 삶은 애매모호하고 미래는 불안정하고 답도 없고 변수가 가득한 것이니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저도 정답을 드릴 수 없다는 게 안타깝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지의 모델이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설정하면 될지 아실 것 같아요.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요?" 

내) "맞아요. 저도 알아요. 누가 답을 줄 수 있는 게 아니죠. 제가 스스로 견뎌내야 할 몫인 것 같아요. 그게 앞으로의 제 숙제인 것 같아요"

       

TAT(주제 통각 검사) 개발자인 Murray는 이야기들은 이야기가 만들어진 상황뿐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특성도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생각과 욕구, 욕망이 표현되는 것이므로 내적 심리를 추론할 수 있게 해 준다. 내담자의 반응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과거의 경험과 내적인 세계가 역동적으로 작용하여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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