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호림 May 02. 2023

유언

담담한 죽음

예전 한 예능 프로그래에서 미리 유언을 하는 코너가 있었다. mbc부엉이였나? 지금은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pd 놈과 절친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걸 한번 따라 해 보련다. 사실 어제 왼쪽가슴에 심한 체증이 느껴졌다. 뭘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식은땀을 동반하더라. 아마 뇌경색이라는 병을 안고 있어서 더욱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아내에게 혹시 내가 혼절하면 119를 부르라 했다. 근데 재밌는 건 식은땀도 오른쪽만 나고 왼쪽에는 안 난다. ㅎ 이게 다 뇌경색 후유증이라고 한다. 오른쪽 신경이 다 죽어서 그런거라고 말이지...


자 그럼 이제부터… 뭐… 거창한 유언이랄 건 없고 그냥 나를 아는 사람모두가 담담하게 내 죽음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슬프지도 너무 기쁘지도 말고 그저 담담하게 내 죽음을 인정을 했으면 한다.  바람이 있다면 나쁜 건 빼고 그저 나와의 좋은 기억만 추억해 줬으면 한다. 물론 인간적인 슬픔으로 눈물이 날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 상 그 눈물은 오래가지 않더라. 길어야 일주일? 그러니 가족들 그리고 몇 안 되는 친구들 모두 내 죽음에 충격받기보단 나와의 추억을 돌이키며 추모해 주면 좋겠다. 특히 당신들은 아직 젊으니 내 죽음을 당신들의 건강에 투영해서 나에 대해 아니면 당신에 대해 혀를차며 '쯧쯧' 거리지도 또한 일어나지도 않은 당신의 건강 문제를 걱정 하지도 말 것. 난 내가 건강관리 못해서 이렇게 된 거다.


하나님을 믿는 신자로 또한 독실한 아버지의 신앙때문이라도 내 살아생전 미운 사람은 다 용서하고 가야겠지만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다. 마지막으로 내 두 아들들이 있어서 행복하게 살다 간다. 내가 못 다 한 것들은 너희들이 이뤄주기를 바라고 술, 담배는 절대 금하거라. 나처럼 될까 두렵다. 내 아버지의 유언이었는데 난 그걸 지키지 못해 이 사단이 났다. 그래도 난 담배는 너희들이 꼬꼬마 시절 이미 끊었다. 이런 이야기들 하지? 술은 마셔도 담배는 태우지 마라. 아니! 웃기지 마라. 둘 다 해로우니 다 하지 말거라. 내 살아보니 이 말은 자신들이 술을 편히 마시기위해 애주가들이 만들어낸 말인 듯하다. 하지만 그 선택 역시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하는 것이니 너무 부담 가지 지는 말고. 


하지만 이것만은 강요다. 교회를 가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며 잘한 일이 있으면 감사하고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 기도하거라. 이게 진심 내 유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게다. 짧은 생을 살며 너무 치열하게 살아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용서를 구하고 싶다. 하지만 절대 용서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내가 사과를 먼저 건넨다. 특히 나를 믿고 따라줬던 직원들과 내 외로움에 함께 해준 친구들, 정작 너희들이 외로울때 내가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했고 특히 절친이었던 내 아내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한다. 크리스쳔이라 자부했지만 혹...아주우우우... 혹시 다음생이 있다면 당신은 야생마같은 나를 만나지 말고 편안하고 배려심깊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물론 내가 또 당신 주변에서 얼쩡거릴지도 모르니 조심하구...



작가의 이전글 정부지원사업의 후회 없는 마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