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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비라이온 Oct 10. 2021

데이터에서 인사이트 찾기..  답정너의 위험성

- /주절주절/ 인사이트로 먹고 산다는 것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듣고싶은 말을 해야 한다.

고객의 일을 대행하는 비즈니스에 종사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2005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17년차,

햇수로 17년차다.

그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대행사라는 형태의 회사를 다녔다.

마케팅 조사, 브랜드 컨설팅, 광고대행사까지...


나는 이직도 참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닌 회사나 부서명에는 늘,

"인사이트 insight"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그걸로 전략의 근거를 만들거나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내 직무이자 특기였다.




아예 신입때는 그냥 멋도 모르고 했다.


그런데 조금 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고객사의 방향을 고려하기에 앞서서,

내가 분석하고 판단하기에

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말해주려고 했다.


당연히 마찰이 많았다.

생각과 다른 얘기를 설득하려면 몇배로 더 애를 써야 했다.

그리고 대체로 수용되지 않았다.  


좀 더 크니까 비로소 알수 있었다. 일을 좀 더 쉽게 끝내려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사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끝까지 우기려거든 실패 가능성까지도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냥 수긍을 하게 되었다.

아 그러세요. 그럼 그렇게 해야죠.


때로는, 아닌걸 알면서

고객사가 원하는 답처럼 보이도록 포장도 해준다.

데이터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데이터는 다양한 앵글로 볼 수 있다.

어떤 앵글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쪽의 근거가 될 수도 있고

정 반대쪽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고객사 성향이 정말로 탐색하는 것에 열려있으면

진정한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냥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원하는 것에 맞춰서

근거만 제시해 달라는 식이면, 또 그냥 그렇게 해준다.

을 주제에 갑에게 가르치려 드는 건 금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흥미로운 분석을 했었는데,

문제는 고객사 실무진이 원하는 방향,

이미 정해진 방향이 있었다.

그런데 데이터를 살펴 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고객사 임원이 이미 확정한 방향이라 했고

그 분은 결코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하니,

억지로 우겨서 맞췄다.

데이터도 많이 봐야 했던 일이었지만

솔직히 그보다 아닌걸 답정너에 맞춰서

리포팅을 하느라 더 고생을 했다.


그런데 왠걸,

정작 보고를 들어가보니

스마트하고 어그레시브한 걸로 유명한 그분은

실무진이 생각한 것처럼 그 생각에 꽂혀있지 않았다.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실무진이 임원의 지난 말에 얽매여

이걸 벗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잘못 가이드를 한 것임을 나는 그제야 알았다.


결국 고생을 많이 한 보고였지만,

그다지 큰 감동을 주지 못한채 보고가 끝났다.

그리하여 혹시 있었을지 모를

다음 기회는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실무진의 가이드대로 맞춰주지 않았다면

최종 보고까지 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하)




대행업에 종사하면서

데이터에서 진정한 인사이트를 찾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찾는 일을 하면서

답정너에 맞춘다는 것은..

힘들고도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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