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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비라이온 Sep 08. 2022

팬덤의 시대 :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 팬덤과 커뮤니티

 얼마 전 올림픽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한 아이돌 출신 가수 겸 배우의 콘서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보이그룹 2PM 멤버로 전성기를 구가했고, 지난 연말 드라마의 성공으로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이준호의 콘서트였다. 보통 아이돌 출신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사람이라고 하면 10~20대 젊은 여성 팬을 떠올리기가 쉽지만, 3일 간의 콘서트 중 내 옆자리에 앉은 건 10대 초반 자녀를 둔 40대 여성 혹은 30대 여성들이었다. 실제 콘서트 티켓 판매처의 예매자 통계에 따르면, 이 콘서트의 예매자들은 40대가 무려 38%, 30대는 36%로, 관객의 70% 이상이 30~40대였던 셈이다.


출처 : JYP엔터테인먼트


같은 기간,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는 엄청난 팬덤을 거느린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가 있었다. 물론 장르의 특성 상 팬덤의 연령대가 폭넓게 분포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의 콘서트 둘째 날 최고령 관객은 무려 94세의 어르신이었다.


출처 : 서울경제


소비 지형과 비즈니스를 바꾸는 힘, 팬덤


바야흐로 팬덤의 시대다. 자녀와 가족 위주로 소비했던 40대 이상 여성들, 쌈짓돈을 모아 손주에게 용돈 줄 생각을 하던 노년층까지도 자신의 관심사와 선호를 위해 돈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통념과는 다르게, 연령에 따른 소비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팬덤'이란 어제오늘 생겨난 개념은 아니지만, 10~20대 젊은 여성 중심의 서브컬처로 취급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소비 지형을 바꿀 뿐 아니라 마케팅의 새로운 목표, 브랜드가 지속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 재조명되고 있다.


물론 GDP의 성장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소비 여력이 확대된 것도 주 요인이겠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쉽게 모이고 서로 팔로우(follow)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 이런 변화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게다가 장년층과 노년층까지도 이런 흐름에 올라탄 것은 다분히 코로나가 추동한 변화다. 커뮤니티를 통해 관심사에 대한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관심은 로열티가 되고 팬덤으로 발전한다. 팬덤은 순수한 관심과 열정의 집합으로서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는' 소비 행동의 동기가 된다. 그런 연유로 최근 아이돌 비즈니스는 대중이 아니라 팬덤 중심으로 방향을 튼 지 오래이며, PC통신 시절 패션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지금은 2조원 대 패션 커머스 기업이 된 무신사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조성된 고관여자 집단과 팬덤을 딛고 일어난 대표적인 기업이다.


커뮤니티는 팬덤 형성의 기반
커뮤니티와 SNS를 통한 정보와 콘텐츠 소비, 상호작용이 핵심


필요한 것 만이 아니라 관심사와 선호를 위해 돈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와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소비하면서 팬심과 결속을 강화해 나가는 사이클이 세대를 넘어 보편화 된다는 건, 마케팅은 물론 비즈니스 전체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책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저자 오바라 가즈히로가 말하듯 "좋은 제품, 서비스는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이제는 완성품 만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워"졌다.


대홍기획이 최근 발표한 D.비즈.시그널 리포트 <커뮤니티 기반 비즈니스의 태동 – 커뮤니티와 브랜드 팬덤, 그리고 NFT>에서도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브랜드의 팬인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만성적인 저성장과 인플레이션,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소비와 투자는 위축되는 지금, 브랜드의 지속성장에 ‘팬심’을 품은 고객의 존재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지지 기반이 다.


불확실성의 시대, 브랜드 팬덤을 위한 브랜드 커뮤니티는 선택 아닌 필수
소비자는 떠나도, 팬은 남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으며, 이성과 논리가 '그냥 끌리는 마음'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리하여 앞으로 팬덤은 곧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되고 팬덤의 구심점과 결속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브랜드 커뮤니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소비자가 떠나도 팬은 남기 때문이다.




이 글은 2022년 9월 8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래 링크)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9/797222/ 


브런치 글은 매체가 요구한 길이를 초과하여 삭제된 일부 단락과 문장을 추가한 원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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