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002 첫 발자국은 쿠따
첫 발자국은 쿠따
발리에 도착하고 첫 일정은 쿠따에서 보냈다.
솔직히 말하면 따로 일정 같은 것은 없고
우붓에 가기 전까지 기다리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숙소에 가만히 있으면
여기까지 온 시간이 아까우니
무작정 나갔...나가야...했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살이 익을 거 같아...
아니 이미 익었는데 더 이상 익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제일 더운 낮 시간에는 숙소와 그 주변에 있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숙소에 수영장이 있어서 그래도 물놀이는 할 수 있었다는 점
아쉬운 게 있다면 수영장 물이 따뜻하다는...
그래도 우리는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는 거
드디어 해변으로
햇빛이 좀 수그러든 뒤 나갈 채비를 했다.
앞에서 말한 거처럼 발리에 왔는데 바다 한 번 못 보는 것은 아쉬우니까
쿠따 해변의 하늘은
무더운 여름이 무색할 만큼 푸르렇고
그런 푸르름을 품은 바다 역시 시원함 속에 파도를 철썩 인다.
다만 저 멀리서 다가오는 먹구름만큼이나
불안해져 가는 내 마음은....
'아 노을...제발 노을...'을 되새기고 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남반구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계절이 뒤바뀐다.
뜨거움에 숨이 막혀야 할 8월은 겨울이 되고
쌀쌀함에 코끝이 버얼개져야할 12월은 여름이 된다.
지금껏 두 번의 12월을 남반구에서 보내왔다.
호주에서 한 번, 뉴질랜드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 발리가 3번째.
만연한 겨울의 12월이 익숙해서 그런지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발리에서 보내는
따뜻함 넘치는 12월은 어색함이 가득하지만
어색한 그 자리는 선물 같은 풍경으로 스르륵 잊혀졌다.
아름다운 풍경을 두 눈에 듬뿍 담으며 속으로는 이렇게 외친다.
'나의 내일도, 모레도, 모든 여정이 제발 오늘만 같아라...'
마음속으로 열심히 외쳤던 나의 바람은
그렇게 바람으로 끝이 났고
14일의 여정 중 제대로 된 노을을 본 것은
첫날뿐이 었다는 슬픈 이야기...주륵...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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