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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ver Jan 08. 2024

MY.

너에게

첫 문장을 어떻게 쓸까 고민했어.

가장 한국인다운 인사로 시작할까 해. 

안녕?

가끔 내게도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내가 널 찾은 날, 내 인생에 있어 정말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야.

작년 봄에 차로 다섯 시간 즈음 걸리는 곳에 가족여행을 떠났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난데없이 네가 생각난 거야.

-그 친구 잘 살고 있을까?

그러고 아무 생각 없이 너의 어릴 적 이름을 검색창에 넣었어. 그것도 신기하지? 너의 옛 이름을 검색했다니. 

그랬더니 정말 네 이름이 나온 거야.

 ***의 브런치입니다.

네가 쓴 글의 첫 문장을 본 순간, 너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어. 

며칠에 걸쳐 네가 쓴 글을 하나씩 다 읽었지.

눈물이 났어.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고 말이야.

몇 번이나 댓글을 달까 했지만, 망설여졌어.

스무 살의 나였다면, 고민도 없이 너에게 글을 남겼을 거야.

그런데 우리, 벌써 마흔이야. 아, 넌 나보다 조금 늦게 마흔을 맞이하겠구나. 부럽다.

암튼 스무 살과 마흔 살의 차이는 이런 거지. 배려,라는 말은 너무 포장지 같으려나?

겨우 옅은 숨을 내뱉을 수 있는,  어쩌면 너의 탈출구 같은 공간에, 옛 친구가 조용히 앉아 널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넌 어떤 마음이 들까? 혹시나 네가 글쓰기를 멈출까 봐 걱정했어. 그저 묵묵히 응원하고 싶었어. 


넌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때의 내 모습 말이야.

선명하진 않지만, 내가 너에게 다가가 "너, MY 아니야?"라고 물었던 것 같아.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는지.

아주 어릴 적 유치원에서 잠깐 보았던, 조금 특이한 이름을 가진 친구와 네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거든. 참고로 난 너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지금까지도 만난 적이 없어. 그러니 넌 너의 이름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아무튼,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네가 대답했어. 그 이름을 어떻게 아냐고. 그 아이가 네가 맞다고 말이야. 십 년이 훌쩍 지난 재회였던 셈이지.


그런데 이십 년이 흘러 내가 널 또 찾아낸 거야. 기억 속의 그 옛 이름으로 말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지? 이쯤에서 넌 분명 입을 크게 벌리고 "어떻게?"라고 외칠 거야. 난 알지.

너에게도 쉽지 않은 2023년이었겠지만,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던 일 년이었어.

그러니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서야 너에게 편지를 쓸 용기가 조금 생긴 거야. 

읽지 않아도 돼. 아님 읽더라도 읽지 않은 척해도 돼.

이번에는 나도 꾸준히 글을 남겨볼 생각이야.

나의 일상을 수다 떨듯이 남겨볼게. 

아주 가끔은 여고생 시절 우리의 이야기가 불쑥 나올지도 모르겠어. 아마 너에 대한 열렬한 찬양을 할지도. 나에게 넌 매우 특별한, 신비로운 그런 친구였거든.

너에 비해 나의 필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친구에게 보내는 응원가에 누가 돌을 던지랴,는 대담함으로 일단 시작해 볼게.

음악을 좋아하던 너에게, 오늘은 시나위의 '희망가'를 들려주고 싶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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