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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ulsoop Dec 12. 2021

3가지의 물음으로 바라본
전 여친 이야기(2)

영화 '500일의 썸머'

2. 톰은 영화 ‘졸업’을 보면서 우는 썸머를 보고 왜 당황했을까?

- 남자는 여자의 상처와 아픔을 안아줄 만큼 사랑의 깊이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톰이 썸머에게 사실상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를 받은 상황에서 집에 돌아와 취한 행동은 애꿎은 접시를 깨는 것이다. 많은 여자를 차본 적도, 차여본 적도 있는 톰이 그토록 말없는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는 달랐기 때문이다. 썸머는 뭐가 달랐기에 그토록 잊고 싶지 않았을까? 여기서 '다르다'는 것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날, 두 사람은 ‘졸업’이란 영화를 봤다. 마지막 장면에서 썸머는 눈물을 흘리며 본다. 톰은 썸머가 왜 우는지 묻자 자신이 바보 같아서라고 말한다. 썸머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톰은 졸업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용히 감정을 몰아내듯 우는 그녀를 보면서 당황한다. 톰은 스크린 속 두 사람이 결국 운명적인 사랑을 이뤘기에 행복한 결말이라고 받아들였기에 그녀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썸머는 다르게 바라봤다. 스크린 속 두 사람의 굳은 표정처럼 사랑하는 가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앞으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겠다는 것을 썸머는 느낄 수 있었다. 썸머는 그런 현실적인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톰과 썸머, 두 사람은 감정만으로 290일을 함께 했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 동안 썸머는 톰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 묻거나 누구에게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말했지만 톰은 그녀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톰의 모습을 그저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썸머를 안아줄 정도로 섬세한 사랑의 깊이를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 봐야할까? 적어도 영화 속 그녀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자신이 왜 울었는지 말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링고스타 앨범을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3. 톰과 여동생이 나누는 대화 속에 정답이 숨어있는 걸까?

- 우리가 지난 사랑을 되돌아보면 마주하는 것들


영화 중간마다 톰이 여동생과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톰이 이야기를 하고 여동생은 확신에 가득 찬 태도로 대답해준다.


첫 번째,

톰이 썸머와 이상할 정도로 잘 맞는다고 할 때,

‘좀 예쁜 여자가 오빠랑 비슷한 별종이라고 영혼의 반려자가 된다는 법은 없어.’


두 번째,

톰이 썸머와의 관계의 무게에 있어 의문을 가지고 물어볼 때도

‘가서 물어봐야 한다고.'

‘틀림없어. 오빠는 자기가 바라지 않는 대답을 들을까 봐 무서운 거야.’

‘쉽게 생각하라고. 겁내지 말고.’


세 번째,

톰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때도

‘세상은 넓고 고기는 많다,’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는 건 아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지만 다음번에 다시 생각해보면 오빠도 알게 될 거야.’


영화 속 여동생이 하는 말들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의 톰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특히나 사랑과 이별에 서툰 사람에게 전하는 조언 같다. 썸머가 자기감정의 선택을 고민하고 지켜봤듯이 톰도 썸머를 통해 이상적으로 바랬던 상대의 모습과 관계,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과 이상할 정도로 잘 맞는 여자. 잘 가는 보트로 느껴질 정도로 좋은 관계




그 속에서 톰은 행복하면서도 고민했으며, 사랑하면서도 겁을 냈고 망설였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어찌 됐든 지나갔다. 어떤 여자가 자기랑 잘 맞는다고 꼭 모든 것이 잘 맞는 영혼의 반려자가 될 수 없다는 것과 사랑을 할 때는 그 상대방에게 물어보는 것을 겁내지 말라는 것, 내 곁을 떠난 그 사람을 잘 생각해보면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마지막으로 세상에는 자신이 만날 상대가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톰은 결국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랑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정답은 없더라도 누군가 말해줘서 알게 되는 것들과 스스로 겪어보고 알게 되는 것들 사이에 자신만의 답은 있지 않을까?


그리고 500일이 되는 날, 톰은 그 답을 찾았다. 썸머는 가고 어텀이 왔다. 어텀은 썸머조차도 아니었을 수도 있고, 톰에게 또 다른 썸머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톰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톰이 그 전과 다르게 사랑을 하는 것에 있어 보다 성숙하고 성장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깊게 파고들수록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다. 이 영화 속 주인공과 유사한 경험이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톰과 썸머 중에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은 어젯밤 친구랑 대화하면서 사소하게 말다툼한 것을 억지로 기억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내 인생에서 지나간 그 사람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지난 사랑을 되돌아볼 때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자신이 어떤 사랑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남을 테니까. 이러한 부분은 성별을 떠나 같을 것이다. 3가지의 물음을 가지고 바라본 영화 500일의 썸머에 대한 이야기는 철학자의 니체의 말을 통해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느끼며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고 기뻐하는 것이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는 대립하여 살고 있는 사람에게 기쁨의 다리를 건네는 것이 사랑이다.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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