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는 건 착각일지 모른다.
가끔은 마음이 앞서는데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망설임은 나를 붙잡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분명히 있다.
요즘 들어 브런치에 글을 잘 못쓸 정도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너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 정신이 없다.
타투를 해보고 싶고, 악기를 배우고 싶고, 그림도 그려보고 싶고… 마음속에 목록은 점점 늘어나는데, 정작 시작은 쉽지 않다.
그래도 하나는 시작을 했다. 중국어 회화
나는 직업이 엔지니어다. 요즘에는 거의 중국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중국 출장이 많다.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있지만 나도 듣고 말하고 싶어서 시작을 했다. 이렇게 시작을 하다 보니 하나, 둘 또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다.
얼마 전 아이패드로 이모티콘을 그려보고 싶어서 “와디즈”라는 곳에서 이모티콘 펀딩을 진행을 했다. 막상 펀딩에서 자료를 받고 시작을 하려는데, 막상 화면을 켜고 전자책을 읽고, 앱을 켜서 보니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생각도 못했다. 결국 앱을 닫고 전자책을 읽으면서 어떤 캐릭터를 그리고 싶을지 종종 떠올리고 있다. 아직 펜이 움직이지 않았을 뿐, 마음속에서는 조금씩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이다. 학원에 직접 찾아가지는 못했지만,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받아보았다. 집에 악기는 와이프가 사용을 하던 전자 건반이 있어 배워 보고자 상담을 받았었다. 시간표와 수업료까지 확인을 했으니, 예전 같으면 생각조차 못 했을 작은 발검음을 내디딘 셈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 문 앞에서 당당히 들어가 피아노 건반을 누루고 있는 나를 상상할 수는 있었다.
돌아보면, 20대에는 생활비가 이유였고, 30대는 시간이 핑계였다. 그리고 지금은 주저하는 마음에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이제는 머릿속으로만 꿈꾸지 않고,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려 한다는 점일 것 같다. 시작을 해보고자 결제를 진행하고, 상담도 받아 보고, 상상 속에서라도 새로운 나를 그려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나는 예전의 나보다 조금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늦었다는 건 아마 착각일 것이다. 배우고 싶고,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를 움직이고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은 분명히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망설임은 여전히 곁에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그래도 결제를 해둔 것을 먼저 해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