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작가님의 책 '기록의 쓸모'를 읽고 나서
prologue
내가 주말이나 휴가가 되면 주로 하는 일은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이다. (독서량은 그닥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멀리 가지도 못하거니와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않는 날이 많기도 하고, 매일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면 폐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가끔 혼자 나가서 책을 읽는다. 또 눈에 끌리는 책이 있으면 돈이 쪼들리는 상황이어도 서점에서 책은 꼭 산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책이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안하다고나 할까. 그다지 매일 읽지는 않는데 말이다.
이 일이 작년부터 시작되다 보니 내가 책을 사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문득 생각난 것이 바로 인생의 괴로움이었다. 취업 준비 생활도 길었고, 회사 해고.. 등등 내 인생이 이렇게 괴로운 생활이 연속이 될 줄 몰랐다. 인생의 괴로움을 덜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책이었고, 괴로움을 덜어내기 위한 책 읽기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승희 작가님의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통해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기록의 쓸모'를 선택한 이유?
이번 책을 구입할 당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될 때였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해고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생존'이라는 단어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단어가 됐다. 지금 언론홍보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더 나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직장상사가 알려준 내용이나 앞으로 해야 할 것, 부족한 점 등등 포스트잇이나 수첩에 기록했다. 이 회사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을 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내 실력이 더욱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한 기록들이 내 인생 성장의 밑걸음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고,
이승희 작가님은 기록으로 어떻게 자신의 내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지 궁금했다.
일을 배우는 자세 : 나의 대한 믿음
일을 잘하기 위해 기록을 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기록의 쓸모'는 기록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특히 이 책에서 광고계에서 일가견이 있는 박웅현 CD님의 강연 내용을 엿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입니다. 그런데 행복이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제일 인상 깊은 구절이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 우리는 대부분 고통을 겪게 되는데 상사한테 깨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글이 남에게는 잘 안 읽힐 때 그때만큼은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 적도 있었다.
이런 느낌 때문에 인생의 기본값이 고통이라는 게 더욱 괴로웠다. 인생의 기본값이 고통이라면 차라리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타인의 접촉을 피하고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혼자 살아가겠다는 그냥 터무니없는 생각 말이다. 이런 괴로움이 머릿속에 지배당해 내가 나 자신의 능력까지 의심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작가는 나는 어딘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 믿기에 계속해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고민들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나의 믿음. 그 믿음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온전한 나만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곧 행복
이 책에서 행복은 일회용이라고 말한다.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는 행복들, 그러니 하루빨리 사라지기 전에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행복이 일회용이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 들렸다. 영원한 행복은 없는 걸까 싶었다. 이러한 생각이 더 깊어지면서 괜히 사는 게 더 괴롭게만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자연 속에서 마음 편히 눕고 쉬는 것. 그것이었다. 빵빵 거리는 차가 가득하고, 양복 입은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돌아다니는 풍경 말고 자연 속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일 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동경해왔다.
이러한 간절한 마음 때문에 템플 스테이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절 속에서 내 마음이 편안하길 간절히 기원하며 성남시에 위치한 절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보통 템플스테이는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뉘는 데 그중에서 나는 휴식형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깨달은 것은 '나의 대한 집중'이었다.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 중 108배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템플 스테이 안내자는 108배가 자신의 번뇌를 씻을 수 있는 수련으로 많은 스님들이 해 온 것들이라 설명했다. 처음에는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고 나니 다른 잡생각 없이 내 육체에 집중하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새겨 보게 되었다. 몸은 아프지만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 느낌. 다른 걱정과 불안 없이 내 안에 있는 모든 나쁜 것들이 다 빠져나가야 비로소 행복이 찾아온다고 그렇게 배웠다. 이러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매개체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의 쓸모'을 통해 느낀 건 일상에서 가볍게 쓸 수 있는 기록이'나'의 존재의 의미, 일에 대한 의미를 각인 시켜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늘 하고 있던 기록은 필요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일차원적인 의미를 넘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고, 세상을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책을 읽고 정의한 기록의 쓸모이다. 기록을 하고 있는 내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