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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ug 23. 2020

3.내가 자살을 생각했던 이유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20대 중후반, 나는 사는 게 벅찼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능력이었는데  연일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겨우 회사에 입사를 했는데도 나와 맞지 않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렸었다. 결국에는 한 회사에서 나는 동기들과 비교당해 능력이 없다는 비슷한 소리를 들은 후 충격과 왜 그곳에서 열심히 하지 않았냐는 부모님의 핀잔 아닌 핀잔, 매번 몸과 마음이 힘든 채 안 맞는 일을 해야 했던 지난 일 등등 20대를 돌아보니 계속해서 이렇게 살아야 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어느샌가 내 앞날과 주변 가족, 친구들도 생각하지 않고 자살을 생각하는 내 모습에 놀라 바로 정신과에 방문한 기억이 있다. (지금도 다니고 있다)



이런 자살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경험 때문에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에 이끌렸다. 죽은 자들의 흔적을 지워주는 특별 청소부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의 흔적을 지우면서 생기는 일상들을 이야기한 책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살았을 뿐이다.
운명을 맞이한 그 순간까지 그는 죽을힘을 다해 자기 삶을 살았을 뿐이다.

이불속 세계 P.85


나는 그저 안정적인 삶을 원했다. 인간관계로 이리저리 차이는 일상 말고, 그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길. 그러기 위해 나는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나에게 오는 건 그저 마음의 짐이었다.


이벤트나 공연기획 업무를 하고 싶어 이벤트 대행사에 입사하게 됐다. 안산에서 무려 혜화까지 출근하지만 3개월 수습기간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큰 체력 소모와 개인 시간 없이 일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이미 이 업계의 힘듦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했다.


내 일에 대한 즐거움은 없었다. 그렇다고 일이 꼭 즐거워야 하는 법은 없지만  내 실력이 부족해도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자주 일어나는 실수 때문에 매번 혼나기 일쑤. 그러다 보니 자존감마저 떨어졌다. 수습이 지난 후 결국에는 회사 쪽에서 나에게 이 업계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소리까지 나오게 됐다.


이벤트 회사를 퇴사한 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취업 준비에 겨우 입사해도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도 '생존' 본능이 있어서 그런지 내가 먹고 살아가야 할 방법에 대해 많이 찾아본 것 같다. 직무를 바꾸려고 취업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 특강도 갔다 오기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점점 삶의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됐다. 과연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둬야 할까. 이것이 내 20대 동안 생각했던 고민이었다.



그녀가 지금 진실로 원하는 것은 죽음일까, 아니면 구원일까?

당신을 살릴까, 나를 살릴까 p.145


<죽은 자의 집 청소> 내용 중 어떤 여자가 작가의 블로그 속에 적힌 착화탄 자살을 하면 괴롭다는 내용을 본 후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작가에게 진짜 착화탄으로 자살하면 아프냐고, 고통스러우냐고 물어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헉' 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에 작가는 그녀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과연 죽음인지 아니면 구원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이 물음에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죽음은 오히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신호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인생은 없다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왜 도움을 받지 않고 내 인생을 끝내려 했는지.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자살을 생각했던 나는


현재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지금 내 마음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고,

공원이나 뒷산 등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언제 자살을 생각했냐는 듯 나는 그저 잘 살아가고 있다.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인간은 신의 영향을 받아 각자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 가능성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발휘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지금 너무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위로를 해주었다. 인생은 혼자라고 말하지만 분명  따뜻한 손길을 내주는 일이 스쳐 지나갈 때가 많다. 그러니 그 손길을 몰라주는 일이 없길. 이 손길과 함께 나는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고 위로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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