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이다는 해야 할 말을 잘 못하는 소심한 성격을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한다. 뭔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 말이다.
어린 시절 사이다는 내게 소화제였다. 가족들과 밥을 먹고 대형 마트에 쇼핑을 하던 도중 속이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한 적이 있었다.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었지만 화장실을 가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잠시 좀 쉬자며 집에 가기 전 근처 벤치에 잠깐 앉았고, 내 옆에 있던 할머니가 "이게 소화제 역할을 하니께 이거 마셔" 라며 사이다를 하나 사서 내게 주셨다. 몇 분뒤 배 아픈 것이 싹 사라졌다.
지금 20대에 마시는 사이다는 소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되지만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를 쉽게 내려보내는 데에 제격이다. 그래서 답답하게 구는 애들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는 그 순간을 사이다라고 표현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