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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brella May 17. 2023

굽은 길은 천천히 안전하게.

엊그제 아침과 오늘 저녁에는 뒷산을 걸었다. 자주 걸으려고 노력 중이다. 내려오는 길에 표지판을 봤다. 굽은 길은 천천히 안전하게.


나는 뚱뚱하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도 이런 몸으론 취업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불안에 떤다. 얼마 전에 본 인적성 문제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왔다.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


비만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문장을 생각 없이 쓴 자가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사실 나는 지독히도 게으른 사람이라 한참을 이 문장에 머물러 있었다.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 말하는 이유는 살이 불어난 이후로 밖에 나가는 게 어렵고 약속 지키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몸이 처지는 날이면 지금 난 우울하니까, 아프다며 약속을 미뤘다. 그들에게 미안하면서도 날 이해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매일 밤 잠에 들며 날씬했던 과거로 돌아가길 바랐다. 왜 그런 이야기들 많으니까. 나는 너무 빨리 가려했다. 그럼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게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먹자. 자주 뒤틀리는 위장과 함께 꼬여버린 내 굽은 마음을 천천히 안전하게 다시 펴내자. 굽은 길은 천천히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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