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침과 오늘 저녁에는 뒷산을 걸었다. 자주 걸으려고 노력 중이다. 내려오는 길에 표지판을 봤다. 굽은 길은 천천히 안전하게.
나는 뚱뚱하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도 이런 몸으론 취업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불안에 떤다. 얼마 전에 본 인적성 문제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왔다.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
비만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문장을 생각 없이 쓴 자가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사실 나는 지독히도 게으른 사람이라 한참을 이 문장에 머물러 있었다.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 말하는 이유는 살이 불어난 이후로 밖에 나가는 게 어렵고 약속 지키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몸이 처지는 날이면 지금 난 우울하니까, 아프다며 약속을 미뤘다. 그들에게 미안하면서도 날 이해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매일 밤 잠에 들며 날씬했던 과거로 돌아가길 바랐다. 왜 그런 이야기들 많으니까. 나는 너무 빨리 가려했다. 그럼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게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먹자. 자주 뒤틀리는 위장과 함께 꼬여버린 내 굽은 마음을 천천히 안전하게 다시 펴내자. 굽은 길은 천천히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