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기짜리의 상담을 종결했다. 상담 종결은 늘 두렵지만, 그래도 상담쌤께 서운한 티보다는 후련하다고, 조금 변한 것 같다고 말하고 끝낼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엔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청년 지원 사업의 연계로 이번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내가 누군가의 자리를 뺏은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곳에서 상담도 세 번이나 받았고 (그것도 매번 무료로) 마음이 좀 자주 허하다는 이유로 이미 여러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렇게 또 무료 상담을 받고 있는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죄책감 속에서도 영악한 나는 이런 내 마음까지 솔직하게 털어놔야 진짜 상담이 시작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4회기쯤인가, 상담쌤에게 이 정책을 통해 상담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럼 누가 받아야 해요?"
"저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렵고, 더 힘든 사람이요. 사실 상담이 진짜 필요한 이들은 지금 이불 밖으로도 나오지 못할 텐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럼 왜 상담을 신청했어요?"
왜 상담을 신청했냐. 질문을 듣고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이거라도 안 하면 진짜 죽을 것 같아서요"였다. 그러고 나선 눈물을 흘렸다. 무거운 마음으로 신청서를 쓰고, 긴 항목의 심리검사를 꾸역꾸역 해내며 내가 했던 생각들을 떠올렸다. '그래 이거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
사실 한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다. 집에 오면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 딱 1시간이 남는다. 그때 온 집안에 불을 다 꺼두고 엄마가 오기 전에 어떻게든 사라지려는 생각에 몸부림쳤다. 야근 대신 밀린 잔업들을 들고 와서 바로 책상 앞에 앉아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끝도 없이 몰려오는 업무들에 너무 무서워 도망치고 싶다고, 먼지로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자 어느덧 내 우선순위의 기준은 "내일 내가 죽어도 괜찮을까“가 됐다. 오늘 내가 죽어도 다른 사람이 나 대신 처리할 수 있는일인가 아닌가를 두고, 오늘 할 일과 내일 해도 될 일을 구분했다.
두서없지만, 10주간 치열했고 앞으로도 치열할 나를 응원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난 어찌어찌 상담 10회기를 종결하고 아직까지 살아있다. 모든 상담의 시작 전 쓰는 자살 방지서약서를 한번 더 썼고, 그 약속을 또 지켰다. 한동안은 그 약속을 지켜봐야겠다는 마음이다.
덧,
이 긴 글 끝에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오늘 중고등부때 함께 했던 목사님의 장례식에 다녀왔다는 거다. 밤새도록 삶의 부질없음에서 오는 공허함과 두려움과 공포에 뒤척였다. 그럼에도 살겠다고 글을 쓴 스스로한테 드는 가증스러움도 기록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