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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진 은영 Jul 10. 2020

<소리꾼>이 왔다길래 구경 갔다

영화 <소리꾼> 리뷰

판소리와 조선풍경, 사람들의 표정이 아름다운 영화 <소리꾼>을  큰 극장에서 관객 1명 , 나 혼자   봤다.  중간, 중간 , 끝에  감동의 눈물을 퍽퍽 흘렸다. 왜 눈물이 흘렀을까 생각해 봤다. 영화는 짐작할 수  있는 스토리에 판소리만 얹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특히 끝장면에서는 너무 울어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왜 울었을까.  이 나이에 주책이다.  아마 여럿이 흥을 타며 즐기는 모습이 좋아서 울었을게다. ^^



영화는  때로  감정을 배제시키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도록 종용하고 때로는  감정 속에 풍덩 빠뜨리기도 한다.   둘 다 좋다.  사고하며 영화적 사건 속으로 들어가 생각하는 시간도 좋고 슬프거나 분노의  감정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가장 한국적인  판소리 영화라기에 얼씨구 한번 놀아보자 하고 냉큼 극장에 달려갔다.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후회할 수도 있다.  극장에 관객은 나 혼자였다.  이 또한 가끔 즐긴다. 최근 본 영화는 관객이 5명 이상  들어온 걸 보지 못했다. 영화관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텅 빈 영화관  슬프다.  이 또한 슬프다. 축제가 사라진  메마른  공간들... 염려도 해 본다.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관객이 포기할 것이 많다.  소리를 잘해야 하니  전문 소리꾼과  장단 재비를 캐스팅한다. 그러다 보면 연기가 어색하다. 전문 배우를 캐스팅하면 노래에 흥이 붙질 않는다.  이미 이런 영화를 여러 차례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재능을 필요로 하는 영화는 주인공의 재능을 즐기다 오면 된다.  영화 <소리꾼>은  한국의 정서를 담으려고 무던히 애쓴 영화다.  조정래 감독이 서편제 같은 판소리 영화를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소원을 이루었다.


영조 10년, 잔치집에 소리꾼들이 초대받아  즐거이 판을 벌이고 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잔치에 모인 시람들의 흥을  돋운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소리꾼 심학규, 아내 간난이,  딸 심청이는 품삯을 받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온다.  행복한 시간도 잠깐이다.  다음날 장터에 나간 학규는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그때 아내와 딸이 납치당한다. 그 당시  나라의 벼슬아치와 짜고 사람들을 납치하여 노예로 파는 도적들이 많았다.



그러자 학규는 사라진 아내 간난이를 찾아 나선다.  납치당했다가 도망친 딸 청이는  충격으로 눈이 멀어 돌아온다. 재주 많은 소리꾼 학규. 그의 유일한 조력자 장단잽이 '대봉'  눈먼 딸 '청이' 그리고 길다 만난 상인과 땡중, 행색은 초라하나 속을 알 수 없는 '몰락 양반'과 하인이 하나 둘 뭉치면서 흥이 넘치는 조선 팔도 유랑이 시작된다.



길 위에서 만나는 민초들의 삶과 노역 일군으로 팔아넘겨진 아내의  모습이 학규의 노래와 어우러진다.  학규는   판소리 심청이 이야기로 민심을 움직인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자  몰려들고 벼슬아치들은 그가 민심을 흔든다 하여 잡아 가둔다.  마지막 벼슬아치들은 그에게 내기를 한다.   학규의 소리로 여기 모인 사람들을 다 울리면 풀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마지막 심청가를  부르는 주인공의 애절한 <판소리>가 관객의 마음도 울린다. 끝으로   어렸을 때  자주 봤던 <암행어사 출두야~~> 장면으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는다.  실제 영화 줄거리는 <심청전>을  거꾸로  각색하여 사건을 만들고 영화 속 오리지널 <심청전>을 이용해 감정을  북돋운다.  아마 영화 속 줄거리만으로  진행되었다면 암행어사 출두하여 사건 종료시키는 유치한 만화가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심청전>은 작품을 해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극 속에 몰입을 방해해서  심청전 따로 중심 스토리  따로 분리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마 심청전이 삽입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암행어사 출두하여  나쁜 사람 잡아 가둔  이야기로 전락하여  판소리도 살지 못하고 영화 내용도 힘을 잃었을 것이다.  




심학규 역할을 맡은 전문 판소리 명창 이봉근이 자기 자리를 잘  소화했다.  처음 연기는 어색했으나 판소리 내용에 몰입하여 풀어낸 연기는 훌륭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사람을 울려야 아내가 풀려나기 때문에 슬프게 한이 맺히도록   불렀던 판소리는 불후의 명곡의 한 장면이었다.  관객도 울어야  아내와 만날 것 같아 아마도 그런 심정으로 울었나 보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사람  풍경 속에서 들었던 이봉근 명창의 판소리가 참 듣기 좋았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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