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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진 은영 Jul 10. 2020

데이빗 가렛이 파가니니의 광기를 이어받았다

영화<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리뷰


당신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바로 대답할 수 있나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빨리 대답하지 못한다. 클래식은 마냥 듣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우리 도처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클래식이다. 이번에 영화 <파가니니>를 토론하면서 우선 각자 좋아하는 클래식과 그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토마소 알비노니 아다지오, 파헬벨의 캐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심현정의 올드보이 주제곡 The last waltz ,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등  좋아하는 곡들에 대한 사연을 들으며 음악을 같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면 클래식도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음악으로 토론하다 보니 우리 각자가 선택한 음악이 자기 자신을 닮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 파가니니 역할을 맡은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빗 가렛의 연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기를 떠나서 그의 연주는 파가니니를 상상하고도 남는  멋진 퍼포먼스였다. 현재 그는 팝, 록, R&B는 물론 라틴음악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연주함으로써 '크로스오버계의 슈퍼스타'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그는 이미 14세 때 파가니니의 전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며 세계 유명한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했다고 한다.  탁월한 재능과 보증된 흥행력을 가지고 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은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주인공 역할을 음악적으로 훌륭하게 수행했다.  파가니니를 다룬 영화였지만 데이빗 가렛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에 찬 시간이었다. 그가 영화 안에서 연주하는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스 24번],  [라 캄파넬라], [베니스 사육제]는 우리의 기억에 강하게 남게 되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파가니니의 곡을  영화로 쉽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 셈이다.
https://youtu.be/0G2joT2kEzU

그와 더불어 다른 연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파가니니가 자기만의 연주법을 개발했듯이 현재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주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속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4번 2악장을 편곡한 <나 그대를 사랑해요, 내 사랑>을 실제로 부른 디바 니콜 쉐르징거도 알게 되었다. 영화 내용과 별도로 아르헨티나 출신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탱고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남미 탱고 음악도 들었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연주한 첼리스트 스테판 하우저의 연주를 듣고 오보에 연주와 첼로 연주의 차이도 느껴보았다.
 https://youtu.be/kdhTodxH7Gw

영화 [파가니니]의 부제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는 죽어서도 그는 악성 루머를 떠안고 살아야 했다. 죽은 후에도 37년이나 세상을 떠돌아다녔던 불쌍한 영혼 파가니니, 그는 왜 살아있는 동안 악마라고 불렸을까요?  바로크 시대가 끝나고 낭만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독특한 내면세계를 갖게 된 파가니니는 자기만의 연주법을 만들게 되었다.  그의 연주는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적인 연주 기법을 깨부수고 새로운 연주법을 만들었다.  그 연주에 사람들은 놀랐다. 사람들은 그의 낭만적인 선율을 듣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연주는 이제 까지 본 적이 없는 파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연주법에 비밀이 있었지만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가 연주법을 숨겼기 때문에 그를 더 악마처럼 보았다.
 영화에서 데이빗가렛은 파가니니 버금가도록 4옥타브에 걸치는 음역을 현란하게 연주한다. 스타카토로 음을 하나하나  끊어내고,  왼손으로 현을 튕겨 소리를 내는 피치카토의 연주 기법, 이중 트릴  연주, G선 한 줄로 연주하는 모습은  인간과 음악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듯하다.
https://youtu.be/mt8K1IBtokc

영화는 한 때 괴기스러운 외모와 화려한 연주 기법으로 모든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부와 명성을 얻자 방탕한 생활을 누리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우르바니라는 인물이 나타나 달콤한 제안을 한다. 우르바니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악마의 계약을 맺는다. 우르바니의 도움으로 파가니니는 곧 전 유럽의 가장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된다. 지휘자 왓슨은 런던에서의 단독 콘서트에 그를 초청한다.  그가 도착한 런던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고풍스러운 유럽의 모습과 매연으로 가득 차 혼란스럽게 보인다.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했던   ‘파가니니’가 런던 공연에 초청을 지휘자 ‘존 왓슨’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녀 ‘샬롯’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우르바니는 이 둘의 관계를 이용해 스캔들을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거대한 함정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그는 점점 우르바니의 계약에  노예가 되고 도박과 여자에 빠지고 빚에 시달리는 생활을 한다.
https://youtu.be/5Hx20miW_mI

파가니니는 탈진 직전까지 연주에 몰입했다. 그리고 약물, 도박, 섹스를 통해 잠시 자유를 누렸다. 그는 자신을 왜 파괴적으로 살았을까?  그는  과도한 강박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연주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정통 음악을 요구하는 아버지와 파가니니의  마음에서 울리는  새로운 연주기법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었으리라 짐작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창작에 대한 압박과 자신의 연주를 악마의 장난으로 여기는 대중들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낭만주의 예술가들이 그런 내면적  감정 표출을 못하고 바깥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자살하거나 정신병으로 시달리듯이 파가니니도 세상과 부조화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으리라.  이런 강박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기를 학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방탕한 생활과 천재적 연주가 사이에서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까?  그의 음악 중 샤롯이 부른 《바이올린 협주곡 4번》 2악장을 편곡한 《나 그대를 생각해요. 내 사랑》을 듣다 보면  머릿속에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보인다.  그의 음악을 듣고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준  그의 일탈행위를 우리는 용서하기로 했다.
https://youtu.be/UOKKvmYx_7M

여러분은 살면서 마음의 악마와 결탁하여 자신을 잃고 살아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영혼을 팔아서라도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요?  이 질문에 거의 자신은 재능과 용기가 없어서 못하겠다고 한다. 나는 나에게 재능이 있다면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몰입의 끝까지 가보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예술가들의 언저리에서  그들의 재능을 질투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대를 앞서 간  파가니니의 용기와 재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시간이었다. 사실 예술가들의 영화에서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찾기는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적 지식을 토대로  그가 왜 예술가로 성공했는지 얼마나 그들의 작품이 아름다운지 그 가치만 얻어 가면 된다.
여러분은 음악 때문에 울어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다른 예술매체를 접하면서 감동으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나요?  나의 경우  윤동주의 <소년>이라는  시를 낭독하며 깊은 설움이 밖으로 나와  서럽게 울어본 적이 있다.  영화 [안갯속의 풍경]에서 자막이 오르며 오보에의 비장한 슬픔이  배어 있는 아다지오가 흘러나올 때 심장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 슬픔이 아직도 내  심장 한쪽에 남아있다.  영화 [어둠 속의 댄서]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셀마가 사형당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이 장면에서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가를 깨달으면서 그날 극장에서 많이도 울었다.  아프지만 이러한 장면을 만나면서  마음이 정화되고 단련이 되었다. 그래 ‘이런 게 삶이겠지’ 체념하면서 견뎌왔다. 그때 삶에서 예술은 가슴을 숨 쉬게 하는 생명의 알약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주일 동안 파가니니의 영화로  그의 음악과 데이비드 가렛의 음악도 듣고, 내 음악도, 남이  좋아하는 음악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다.  토론하면서 영화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영화 자체가 이미 예술가의 삶이라서 팩트와 픽션 사이의 경계를 조절하면서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밤 11시가 다 되었다.  토론이 끝나고 와인 한잔 마시며 쉬고 있는데  수강생들이 집으로 가다가 맥주를 사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들의 마음에 아직 영화에 대한 여운이 남아 있었는가 보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새벽으로 까지 이어졌다.
https://youtu.be/Htj0BDjVMbU  
#영화리뷰25
#퇴근길 영화인문학
#영화파가니니
#데이빗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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