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도 모르고 출연자, 내용도 모를 경우 어떻게 선택하는가?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먼저 제목과 포스터에서 기본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포스터를 보며 내용 전달이나 이미지를 보고 세련미 다시 말해 잘 찍은 사진인가? 잘 그린 그림인가? 생각한다.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았을 때 울림을 주는 영화를 선택한다. 이번 영화 <엘마르>는 영화 속 색채와 여백이 많은 의미를 준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상영되었던 콜롬비아 영화다. 한국에 마약과 폭력을 소재로 하지 않은 콜롬비아 영화가 상영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엘 마르>는 독립영화의 축제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32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연기상(월드 시네마)을 수상했고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콜롬비아 감독 마놀로 크루즈가 감독 주연을 담당하고 있다. 부산 국제 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근육이 수축되는 불치병 진단을 받은 알베르토는 물 위에 있는 집에서 엄마 로사와 살고 있다. 엄마 로사는 가난한 어부로서 생계를 유지하며 알베르토를 돌보고 있다. 몸이 불편해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하고 목에는 의료기구를 달고 살아야 하며 혼자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가난한 그들에게 언제나 빌려 쓰는 기구 값은 부담이다. 어느 날은 돈이 모자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마저 다 주고 기구를 빌려오기도 한다. 이런 힘든 상황들이 보는 관객들의 눈물을 훔쳐간다. 그래도 아름다운 화면들이 그것들을 상쇄시킨다.
‘알베르토’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손바닥 만한 거울로 세상을 바라본다. 과 그림이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한 창이다. 어머니 ‘로사’는 그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준다. 사랑하는 아들의 아픔을 보며 몰래 뒤돌아 눈물을 훔쳐낸다.
하나뿐인 여자 친구 ‘지셀’은 알베르토를 좋아한다. 그녀는 그를 위해 시에 구원 요청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그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엄마 로사는 그녀를 거부한다. 아들 알베르토가 사랑 후 감당할 이별의 시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사랑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유지할 수 없는 아들의 고통을 마음으로 읽은 것이다.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힘들어하던 알베르토는 바다로 가고 싶어 한다. 알베르토가 바다로 가려면 배로 늪을 건너 육지를 지나야 바다로 갈 수 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바다가 아니라 늪이었다.
‘바다’를 의미하는 <엘 마르>라는 제목의 원제는 <바다와 육지(陸地) 사이의 늪 >이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존재하는 늪은 실제로 영화가 시작되면서 ‘시에나가 그란데 데 산타 마르타의 모습이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로 보인다.
늪을 의미하는 ‘시에나가’는 남미의 빈민국인 콜롬비아에서도 매우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북부의 해안지방이다. 알베르토가 사는 곳은 바로 가난한 자들이 갈 데까지 간 늪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