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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진 은영 Feb 10. 2021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정치적인 영화다

영화 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토론 리뷰
감독:셀린 시아마 (1980)
배우: 아델 하에넬 / 노에미 매를랑
나 자신을 올곧이 바라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 적이 있나요?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군가 이렇게 물어오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물어볼 필요  없이 그냥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들여다보면, 내가 누구인지 물어보면, 그리움도 나오고, 사랑도 나오고 , 감사도 나오고, 나의 미래도 내 안에서 나온다. 마치 실타래처럼.  그리고 명백해진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물어본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그 기억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불행하게 하는지.  
감독  셀린 시아마는 누구인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감독의 목소리가 크게 담긴 영화이다.  이 작품의 감독 셀린 시아마는 프랑스의 영화감독으로  불문학 석사를 마친  후  프랑스 국립영화학교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했다. 칸느에서 이 영화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말한다.  영화는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라고.


난 모든 영화가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정치적이지 않은 영화야 말로 최악이다.
그리고 가장 최악의 정치적 영화다.
([Interview Magazine], 2015. 2. 2)
감독이 말했듯이 그녀의 영화는 정치적이다.  그녀는 역사에서 멸시받았던 여성 화가의 동성적 사랑을 통해 여성의 삶을 재조명하고 여자들의 연대의식을 은근하게 불러일으킨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어쩌면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결혼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모델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이다.  화가 마리안느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바다를 건너닷 고립된 섬에 있는  저택을 방문한다.  엘로이즈는  모르는 남자에게 초상화를 보내 결혼 허가를 받는 그 자체가 싫어 초상화  모델을 원하지 않는다.  엘로이즈 모르게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마리안느는 비밀스럽게 그녀를 관찰하며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진다.
우리는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가?
감성의 세밀한 터치, 명곡과 명화를 보는 느낌이다. 영화의 맛을 제대로  맛보는 감동을 받았다. 사랑의 흔적이 예술로 승화되는 작품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보다  영화의 형식에 매료된다.  두  여인의  시선을 잡는 구도와 조명의 아름다움을,  주홍, 파랑,  녹색,  흰색의 색채의 언어는 또 다른 영화의 맛이다. 비발디 4계 여름 3악장의  선율은   두 여인의  폭풍으로 치닫는 마음을 따라  푸가처럼  연주된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전복시킨  문학적 센스는  작품의 깊이와 기품을  준다.   스크린  예술은 바로 이런 거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키워드를 내포하고 있다.  키워드의 서점은 다른  다른 관점으로 생각이 분산되는 것을 막는다.
평등/ 억압/선택/ 관찰/신화/ 연대 / 추억 / 후회/ 관습 / 기억/ 승화 / 사랑/ 초상화/ 낙태 / 색채 / 축제 / 음악 / 여자/  여성 / 결혼 / 자유/ 고립 / 시간 /  물 / 불  / 파도/  남자가 없다/  임신
감독이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 속에 평등의식이 내포되어 있을까요?
감독은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재하고 이 작품에서
여성의 시선을 ‘평등한 관계 속에서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실천한다.   바라보는 자와  대상 사이에  느끼는  평등한 시선이다. 특히 엘로이즈와 마리안느, 하녀 소피가 식탁에 앉아서 각자의 일을 하는 장면은 그 의도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는  음식 준비를 하고 평민 화가 마리안느는 와인을 따르고 하녀 소피는 자수를 놓으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엘로이즈는 초상화의 모델이 되기를 거부하고 마리안느는 그녀를 어찌 됐든 그려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마리안느는 왜 어렵게 그린  첫 번째 초상화의 얼굴을 뭉개버렸을까?
엘로이즈(아델 하에넬)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미래의 남편 위해  초상화의 모델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일단 초상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를 반드시 그려야만 하는 화가, 마리안느는  첫 번째 초상화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기억으로  그녀의 초상화를 그린다.   그러나  그녀는 첫 번째 초상화의 얼굴을 스스로 뭉개버린다.  왜 그랬을까?

두 번째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그녀와 사랑의 교감을 나누며 그린 작품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예술성과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초상화는 겉만 보고  남성이 원하는 시선으로 그렸기 때문에  마리안느는  그 그림을 파기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내면까지 그린 그림으로  진실을 보여 준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작품은   일방적인  남성적 시선과  평등하게 교감하면서 그린 그림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자체가 가지는 생명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와 동시에 예술세계에서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감독은  영화 속  그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유화에 대한 전통적인  교육과 19세기 기법을 잘 알고 있는 화가  헬렌 델 마르 를  찾아냈다.
역사적 사실과 고증하면서 30대 이전의 화가  헬렌 델 마르 를 만났다.
그림의 작업 과정을  편집이나 합성이 아닌 화가의 몸짓을 그대로 담았다.  
영화의 메인 소재인 그림을 표현하기 위해 화가 자체를 영화에 담는데  집중했다. 그 시대에 갇힌 삶을 살았던  수많은 여성을 대변하기 의해 한 인물을 정확히 묘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헬렌 델 마르가 그린 그림 또한 감독의 생각을 많이 닮고 있었다.

인물들은 어떤 캐릭터일까?  
이 작품의 세명의 여인들은  1700년대 후반 여성들이 자유스럽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회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삶을 선택한다.
마리안느는 독립적이며 자유롭고 자존감이 높다. 사회적으로 여성화 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출품할 수 없어 아버지 이름으로  출품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   하녀 소피의 낙태를 돕는 모습에서는 깊은 배려심도 볼 수 있다.  
엘로이즈는 초상화로 결정하는 결혼에 대해  저항할 줄 안다.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마리안느를  보내주고 자신은 평범한  삶을 선택하는 것을 보면 냉철하고 현명하기도 하다. 무조건 저항이  해결책은 아님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내면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녀 소피는 우리가 생각지 못할 만큼 당당하다. 자신이 임신을 했는데도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낙태를 선택한다.  자신의  상황 때문에 비굴하게 굴지도 않는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엄마는  남성적 시선으로 살아간다. 이미 자신의 신분에  구속되어  제2의 남성 역할을 한다.  자신이 남편의 소유물로 살아왔으면서  자신의 딸도 그런 삶을 살도록 강요한다. 첫째 딸이 이 결혼에 반대하여 죽음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팔려가는  결혼을 선택한다.
작품 속 두 여인이 대조적으로 입ㄱㆍ 있는 옷의 색감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요?
작품 속에서 두 여인들이 입고 있는 옷들의 색깔의 의미를 지나칠 수 없다.  마리안느는  거의 붉은  진홍색  옷을 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엘리오즈보다  밝은 파란색 옷으로  바꿔 입었다. 그녀의 신분이 상승되었으리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마리안느의 열정, 도전과  사랑을  색채로 담았다.
엘로이즈는  파란색 계통의 옷을 주로 입는다.  파란색이 상징하는 몇 가지들을 다  담고 있다. 우울, 권위  자유, 귀족 등.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오즈가 입은 이브닝드레스는 어쩌면 웨딩드레스일지도 모른다. 그 속성은 애매하다. 그러나  흰색의 드레스는  희생이나  죽음 같은 결혼을  의미하고 있을 수도 있다.   


녹색의 드레스는  세 여인이 한 번씩 다 입어 본다.  그 여인들의 운명과 연대를 말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편안하고 희망적이며  평화와 평등의  메시지를 다 담고 있으리리라.  색을 너무 심플하게 사용하여 그 의미의 사슬에 메일 수밖에 없다. 그 또한 영화를 풍부하게 읽을 수 있어 좋을 수도 있다.
여성에게 최대의  걱정거리 낙태의  문제를 갖고 있는 소피를  간과할 수없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그녀의 낙태를 돕고 그것을 기록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원치 않는 임신을 해 그 아이를 낙태시키기 위한 시술을 받는  소피는  갑자기 주역이 되고 소피의 상황을 알게 된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돕는 자로 뒤바뀐다. 시술을 받고 온 뒤 아파하는 소피를 바라보며, 엘로이즈는 마리안느에게 이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며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서 포즈를 취한다. 그 순간 감독은 영화의 문제에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제 너희들도 보고 동참하라고.


영화 속 오르페우스 산화와 영화는 무엇이 다른가?    왜 감독은 이 신화를 영화 속에 병치시켰을까요?  에우리디케의 비극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음유시인, 리라의 명수이다. 그의 노래와 리라 연주는 초목과 짐승들까지도 감동시켰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저승까지 내려가 음악으로 저승의 신들을 감동시켜 다시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지상의 빛을 보기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지키지 못해 결국 아내를 데려오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 지내다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이 신화에 대해 세  여인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 다르다.  소피는  끝까지 책임을 못다 한 오르페우스를 탓합니다.
마리안느는  시인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며 오르페우스를 이해합니다.  엘로이즈는 에우리디케 입장에서 말합니다. 아마도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를 불렀을지도 모른다고.  지금까지 주인공 오르페우스 입장에서 전해진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우리디케로 바뀌어진다.   
이런 과정을 지나고 보면 끝장면에서   왜 엘리오즈가 떠나는 마리안느에게  뒤돌아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된다.
오르페우스가 뒤돌아 본 것을 셀린 감독은  에우리디케의 시선으로 해석한다. 감독은  에우리디케가 지하 세계에 남겨진 것은 에우리디케의 선택으로 해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리안느는 전시장에서  엘로이즈 초상을 본다.  초상화에서 그녀는 자신을 그려 넣은 책을 들고 있는 엘로이즈를 본다.  '아직도 잊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는 엘리오즈. 극장에서 마주하는  두 사람  엘로이즈는 비발리 사계를 들으며 운다.   그녀는 왜 울었을까요?

  
그들이 헤어지기 전  마리안느는  엘리오즈에게 말한다.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비발디 사계는 마리안느가 피아노로 연주했던 추억의 음악이다. 그 음악을 듣는 그녀는 울고 있다. 그리움의 눈물이고,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의 눈물이며, 기억의 눈물일 것이다.  어쩌면 그리워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그리움이 열리는 시간이다.
토론 후  느낀 점은 무엇인 있을까요?
시대적으로 사회적 억압을 받았던 18C여성화가의 인권의 이야기로 알았는데, 여성 인권을 전반을 다루고 있어 연대감이 형성되었다.
동성애 영화를 무조건 꺼려왔는데 그들의 사랑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ㄴ 영화였다.  마리안느를 통해 엘리오즈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마음이  성장한 듯했다. 무모하게 막연한 저항을 하지 않고 결혼을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서 행동하는 엘리오즈는 이미  자유스러움을 획득한 것이다. 수동적인 결혼생활을 하지 않고 능동적인 결혼생활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애  영화를  예술이라는 매개체로  연결하여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한 감독의 창의력이 돋보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연습해야겠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다양한 목소리가 그들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최우선의 관심사”라고 자신의 영화적 방향성을 주장했다. 이는 그녀가 만든 모든 작품에서 나타난다.  
여러분은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연습하고 있나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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