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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진 은영 Mar 18. 2022

영원한 자유인 그리스인 조르바

영화와 문학 <그리스인 조르바>&<카잔차키스>


그리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의  묘비명으로  유명하다. 이 묘비명의 의미가 <그리스인 조르바>에 가장 많이 담겨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롭다



카잔차키스는  1883년 2월 크레타 섬의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나 1957년 10월 여행 피로 증세로 독일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그동안 앓아오던 백혈병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1902년 크레타에서 수도 아테네로 유학하여 아테네 대학의 법학과에 들어갔으나 곧 문학에 뜻을 두고 맹렬하게 문학 수업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08년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하여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지도를 받아가며 철학을 공부했는데 이때 프리드리히 니체도 함께 읽었다.

그는 베르그송과 니체를 접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투쟁적 인간상>을 부르짖게 된다.


 

 1910년 유학을 마치고 그리스로 돌아와 갈라테아 알렉시우를 아테네에서 만나 동거생활에 들어갔으며 1년 뒤에는 정식으로 결혼했다. 1914~1915년 그리스 시인 앙겔로스 시켈리아노스와 그리스 전역을 여행했다.




자유에 대한 갈망 외에도 카잔차키스의 삶과 작품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여행이었는데, 1907년부터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두루 다녔고, 이때 쓴 글을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다가 후에 여행기로 출간했다.


1917년 펠로폰네소스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기오르고스 조르바와 함께 탄광 사업을 했고, 1919년 베니젤로스 총리를 도와 공공복지부 장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카잔차키스는 1955년 앙티브에 정착했다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을 다녀온 뒤 얼마 안 되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두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에 비견될 만큼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주인공 <  나>가  길들여지지 않은 영혼 조르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나는 나와 같은 부류의 책벌레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노동자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크레타의 갈탄광으로 가는 길에 조르바를 만난다. 그는 겁에 질린 불쌍한 인간들이 마음 놓고 편히 살고자 세워놓은 윤리, 종교, 조국과 같은 장애물을 단번에 깨뜨려 무너뜨릴 웃음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는 곡괭이를 다루는 못이 박히고 흠집 가득한 손으로 투리를 연주하고, 말이 다하지 못하는 곳에서 춤으로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갈탄광을 찾는다는 실용적인 목표는 단지 세상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것으로, 우리는 어서 해가 저물어 광부들이 돌아간 뒤에 우리끼리 모래사장에 식탁을 차려놓고는 시골풍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크레타의 시큼하고 떨떠름한 포도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그가 불가리아 반군에 대해서, 갈탄에 대해서, 여자들에 대해서, 하느님에 대해서, 조국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격정에 사로잡혀 더 이상 말만으로 성이 차지 않으면,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닷가의 굵은 자갈밭 위에서 춤을 추곤 했다.



그는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같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우리 삶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동시에 묵묵히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사자처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심지어 어린아이처럼 매 순간 경탄하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조국, 관습,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따라 주저 없이 행동하며, 하느님과 악마에게도 당당히 맞서는 조르바. 나는 많은 순간, 최고의 미친 짓을, 삶의 본질을 “행하라”라고 소리치는 내 영혼을 꼭 붙잡고 그렇게 하지 못한 내 삶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조르바 앞에 있는 동안 나는 내 영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



미래라는 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p13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p53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하는 것....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성탄절 잔치에 들러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홀로 떨어져 별은 머리에 이고 뭍을 왼쪽 ,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해변을 걷는 것..그러다 문득, 기적이 일어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동화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p74



원래 까마귀는 까마귀답게 점잖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었지만  비둘기처럼 거들먹거려 보려다 제 보법을 몽땅 까먹어  기껏해야 어기적거릴 수밖에 없었죠. P74



두목, 믿을 수 있어요? 여자에겐 낫지 않는 상처가 하나 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해요! 다른 상처는 모두 나아도 그 상처 (책에서 읽어 보지 못했어요?]만은 절대 낫지 않습니다. 여자가 여든 살이면 뭣합니까 . 그 상처만은 벌어져 있습죠. -71p



부인은 꼭 당나귀가 우는 것 같은, 늙은 가수 특유의 기침을 한 차례 했다. 기침을 멈춘 부인은 자랑스러운 눈으로 조르바를 보았다.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조르바가 돌아보도록 기침을 또 했지만 돌아보지 않자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그의 옆을 가까이 지나쳤다. 넓은 소매가 조르바에게 닿을락 말락 했다. 그러나 조르바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P75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붓다에서 벗어나고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인 언어에서 나 자신을 끌어내고 헛된 염려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킬 것. 지금 이 순간부터 인간과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접촉을 가질 것. 나는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아직 그렇게 늦은 건 아닐 거야. P83



낡은 세계는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우리는 그 세계를 살며 순간순간 그 세계와 싸운다...... 그 세계는 존재한다. 미래의 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환상적이고 유동적이며 중이 짜낸 빛의 천이다.


 보랏빛 바람(사랑, 증오, 상상력, 행운, 하느님)에 둘러싸인 구름...... 이 땅의 아무리 위대한 선지자라도 이제는 암호 이상의 예언을 들려줄 수 없다. 암호가 모호할수록 선지자는 위대한 것이다. P93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p98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P315






조르바,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위 살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걸 자기 생의 목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또 한 부류는 자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걸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은 인간은 결국 하나라고 생각하고 인간을 가르치려 하고, 사랑과 선행을 독려하지요. 마지막 부류는 전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나 모두 한 목숨인데, 단지 아주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글쎄, 무슨 싸움일까요?...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지요(p.399).




그래요. 조르바. 당신 덕택이에요. 나도 당신 방법을 채용해 볼까 합니다. 당신은 버찌를 잔뜩 먹어 버찌를 정복했으니 나는 책으로 책을 정복할 참이에요. 종이를 잔뜩 먹으면 언젠가는 구역질이 날 테지요. 구역질이 나면 확 토해 버리고 영원히 손 끊는 거지요. P426


슬리퍼는 여전히 주인의 발 모양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보다 더 충직한 슬리퍼는 발에게 푸대접을 받았으나 사랑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 여자에게는. 잘 들어 두시오.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진짜 여자는 남자에게서 얻어 내는 것보다 자기가 주는 데 훨씬 더 큰 기쁨을 누리는 법이에요.



조르바의 생활은 내 가슴을 넓혀주었다. 그의 말 몇 마디는 내 영혼을 안식케 하였다. 정확한 직감과 독수리 같은 원시의 모습을 함께 지닌 그는 지름길을 잡아 숨 한번 차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노력의 정상에 이르러 거기에서 더 나아가기도 했다.


나는 마침내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 버리고 말았네. 왜 그런고 하니, 내가 <행복이란 의무를 행하는 것. 의무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행복은 그만큼 더 큰 법> 이란 옛말을 제대로 실감한 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이


나는 먹이를 채는 새처럼 목을 뽑고 묵묵히 술만 마시고 있는 조르바를 바라보았다.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 가는 헤어지면서도 우리의 눈은 하릴없이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 모습, 몸매와 몸짓을 기억하려고 하니... 부질없어라, 몇 년만 흘러도 그 눈이 검었던지 푸르렀던지를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을.



여자는 연약한 동물입니다. 도대체 이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해야 알아듣겠어요? 여자는 꽃병 같은 거예요. 아주 조심해서 만지지 않으면 깨져요. -257p


세계란 무엇일까?

세상의 목적은 무엇이며 우리 한순간의 목숨이 어떻게 하여 세상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조르바에 따르면, 인간이나 사물의 목적은 쾌락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혹자는 정신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한 차원 높여서 보면 똑같은 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왜? 무슨 목적으로? 육체가 와해되어 버린 뒤에도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의 잔재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영원불멸을 그리는 우리의 끝없는 염원은 우리가 영원불멸하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짧디 짧은 우리 인생에서 무엇인가 영원불멸한 것을 섬기는 데서 유래하는 것은 아닐까?p389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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