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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Oct 16. 2021

용과 주근깨 공주, 아름다운 메타버스 세계

스토리는 아쉽지만 OST와 비주얼이 다한 영화


디즈니 캐릭터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2009)' 감독으로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이 나왔다. <용과 주근깨 공주>. 썸머 워즈 이후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을 훅 건너뛰고 <용과 주근깨 공주>를 보기로 한 이유는 별 게 아니었다. 유튜브가 보우하사 알고리즘 만세!로 '어바웃 타임'이라는 채널에서 홍보하는 영상을 봤는데 <용과 주근깨 공주>의 비주얼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출처 : 유튜브 뭅뭅픽 /  위에 언급된 영상이 재생 불가 상태라 대신 대체합니다.

국내에서는 겨울왕국 캐릭터 디자이너로 유명한 김상진 님이 용과 주근깨 공주 '벨'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그래서인지 '벨'은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외형을 많이 따르고 있는데, 그 점이 꽤 특별하게 다가왔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캐릭터가 나올 수 있다고?'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고 바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사실 메가박스에서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롯데시네마에서만 상영하는 용과 주근깨 공주. 덕분에 오랜만에 롯데시네마 나들이를 했다.





용과 주근깨 공주 : 좋았던 점 1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메타버스 비주얼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 중에는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이 그랬고 썸머 워즈가 그랬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에는 디지털 가상세계, 아바타라는 키워드로 해석하던 세계관이었는데 <용과 주근깨 공주>가 나오고 그의 작품들을 다시 되돌아보니 메타버스로 수렴되더라는. 그만큼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메타버스 세계관에 진심이다. 이번에도 가상현실 공간은 '에릭 웡'이라는 건축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맡겼을 정도로 가상현실 비주얼에 크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출처 : 얼리버드픽쳐스


현실과 가상현실, 그 두 세계는 캐릭터 디자인도 확연히 다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특유의 명암 없는 2D 작화는 현실에서, 광활한 공간감과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3D로는 가상현실을 표현했다. 특히 가상현실 부분은 썸머워즈에서 구현된 것과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는데 시간이 지난 만큼 기술도 발전해서 좀 더 화려하고 정제된 가상현실 비주얼을 즐길 수 있었다. 벨이 부르는 노래랑 같이 보면 더 환상적!



용과 주근깨 공주의 가상현실은 현실과는 이질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가상의 것이 현실에 매우 밀접하게 관여한다는 설정도 꽤나 재미있다. 감독은 가상현실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하는 쪽인 것 같다. 주인공 스즈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 가상현실이 엄청난 역할을 하는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얼마나 바꾸게 될지는 모르지만 제페토나 로블록스처럼 이미 많은 Z세대들이 메타버스에서 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그리는 미래가 꼭 비현실적이지만도 않다.



용과 주근깨 공주 좋았던 점 2

비주얼과 잘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OST


용과 주근깨 공주 OST - milennuim parade - U


영화 도입부부터 바로 감상할 수 있는 'millennuim parade U'. 밀레니엄 퍼레이드 유튜브 채널에 있는 공식 MV 인듯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화려한 비주얼들은 이 영상에서 대부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밀레니엄 퍼레이드는 이 곡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실험적인 음악을 위주로 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 곡이 용과 주근깨 공주의 50%를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백 마디 말보다 'U'라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게 이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에서 큰 화면과 함께 들으면 더 소름 돋는 곡.


용과 주근깨 공주 - 노래여


노래여. 극 중에서 벨이 이 노래를 부르고 U 세계에서 슈퍼스타가 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랑 청량한 보컬이 어우러져서 감동이 밀려오는 노래. 가사도 좋다. 일본어라 자막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보컬이 워낙 여리면서도 감성이 풍부한 목소리라 마음으로 와닿는 게 좋았다.


이외에도 두 곡이 더 있지만 가장 좋았던 노래 두 곡만 소개한다. 

나머지는 영화관에서 직접 들어보는 걸 추천!



용과 주근깨 공주 : 아쉬운 점

노래가 곧 개연성,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스토리

*여기서부터는 다량의 스포가 있습니다

 

캐릭터의 동기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이 극의 시점은 주인공인 스즈이다 보니 스즈의 감정이나 동기를 알아차리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스즈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째서 '용'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는지가 설명되지 않아서 이런 의도이겠거니~ 하고 넘어간 장면이 많았다. 짐작하는 게 재미를 주는 요소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보다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용'과의 관계성에 의문 투성이인 게 많아서 보는 내내 답답함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스즈가 겪은 트라우마가 가장 큰 동기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현실에서 노래를 부르면 토가 나올 정도로 힘들어하던 아이가 갑자기 가상현실에서 유창하게 노래한다는 것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벨'이 유명해지는 과정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얌전한 소녀가 갑자기 스타가 된다는 설정은 자세히 보여줄수록 카타르시스가 더 컸을 거라 생각하는데 극 중에서 너무 짧게 지나간 듯해서 아쉬웠다.


 주요 캐릭터인 '용'도 마찬가지. '저스티스'라는 사이버 자경단 같은 무리에 쫓기다가 콘서트에 난입했다는 건 알겠는데 용이 그렇게까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정도의 잘못을 한 건지를 잘 모르겠더라. 어른들은 정체 밝히기에 혈안인데 어린아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부분도 그렇고.. 용이 왜 다른 사람들을 패고(?) 다녔는지에 대한 설명이 그저 가정 폭력을 당한 소년의 화풀이라고 해석하기엔 너무 퉁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상처 받은 야수가 자신만의 공간, 화려한 성에 갇혀있다는 설정은 '미녀와 야수'에서 따온 듯하고 같이 춤을 추는 장면도 나오지만 둘이 대체 어떤 교감을 한 건지도... 이 부분은 노래와 비주얼이 해결해주기는 하지만 시각적인 것에 치중하다 보니 감정선이 조금은 흐려지지 않았나 싶다. 미녀와 야수는 자칫하면 용과 벨의 로맨스로 해석되기 쉬운데 여기서는 그것보다는 미녀로 인해 '치유받는'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하다. 아마도 순수한 동심으로서의 연민에 가까운 감정이라고 추측한다.


 


용과 주근깨 공주 : 마치며

주인공 스즈의 트라우마 극복 성장기, 훌륭한 비주얼을 곁들인


 용과 주근깨 공주는 크게는 엄마의 죽음으로 마음을 닫았던 스즈가 메타버스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치유하고 치유받는 성장물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외부 요인(부모님)으로 받은 상처를 가상현실 공간에서 치유한다는 점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메타버스 자아를 '부캐'가 아니라 '본캐'로 해석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현실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걸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으로서. 


 다만 성장이라는 건 원래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들이 서로를 보듬는다는 설정은 조금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용의 본체인 케이가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고 중학생이 구하러 간다는 게 정말 괜찮은 건지.. 영화 밖 현실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한 주요 해결책이 '신고'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게 한 소녀의 사명감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면의 성장을 겪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언베일(신상 공개)이라는 큰 결심을 하고 찾아낸 인연인데.. 분명 이 소녀가 갑자기 신상공개를 하게 된 이유가 다들 궁금하지 않을까? 이후의 스토리는 나오지 않아 모르지만 U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그게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연결된다면 어땠을까? 영화의 톤을 해쳤으려나. 꽤 심각한 사회문제를 건드린 것에 비해서 가볍게 다뤄진 감이 있어 아쉽다.


용과 주근깨 공주의 미술과 음악은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이 꽉 차있다. 후반부에 벨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같이 노래해주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만큼 비주얼과 노래가 너무 설득력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는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야기로써 설득력을 얻기보다 화면의 개연성을 위해 이용된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가 내면의 성장을 다루는 만큼 주변 인물보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내면에 좀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담고 싶은 화면이 많아 놓친 것들이 많긴 하지만 볼만한 영화였던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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