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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 Nov 13. 2024

1.6억 부채 상환 완료

빚의 빛과 그림자


마이너스 통장, 주택담보대출, 예금담보대출

1) 마이너스 통장 - 9천만 원

2) 주택담보대출(생활안정자금) - 5천만 원

3) 예금담보대출 - 1천1백만 원


어제부로 2020년  6월부터 주식투자를 위해 냈던 빚을 전부 상환했다.





첫 주식투자는 어머니께 받았던 일종의 "인센티브"로 시작했다. 나는 당시 살고 있던 빌라를 팔고 지금 집으로 이사하던 때여서 어머니는 빌라를 전세를 줄지 매도를 할지 고민 중이셨다. 나는 정리하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가 “1.5억 이상으로  매도하면 초과분은 모두 주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초과분을 모두 나에게 준다니.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1,80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 물론 집 인테리어를 500만 원을 들여서 새로 했기 때문에 어머니께 1,300만 원을 인센티브로 받은 셈이다.


나는 감사히 받은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2020년은 COVID-19으로 3월 급락 후 대세 상승장이었다. 당시 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6월 말이 되는 수중의 시드를 모두 투자하고 꽤나 좋은 수익을 봤고, 계좌의 시드가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만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겠는데?”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없는터라 7월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해 투자하기 시작했다. 미국증시는 꾸준히 올랐던 탓에 투자금이 늘어난 계좌의 수익은 계속 늘어났다.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9,000만 원까지 모두 투자하고 나서 조정장이 오면 더 살 돈이 없다는 불안감에 주택담보대출로 5,000만 원도 추가로 확보했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저금리였기 때문에 고작 2% 내외의 이자율은 충분히 감당이 가능해 보였다. 


주택청약통장에 들어있던 예금을 담보로 추가 대출도 일으켰다.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을 6,000만 원 이상 충분히 만들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조정장이 오면 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보다 가치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주식을 습관적으로 샀다. 습관적으로 사면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달랐다. 어제보다 단 1%만 낮아져도 분할매수라는 미명 아래 조금씩 매수를 했다. 2021년 12월부터 22년 9월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기간 동안 나는 원칙 따위는 없는 매수방법으로 대부분의 자본을 조정장 초입에 소진했다. 그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던 것이다.   



하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21년에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다. 1억이 넘는 돈을 빌린 나는 이자 비용으로 연 600만 원 넘게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월급으로는 남은 대출을 갚기 바빴다.



2021년 11월에 1억이 넘던 수익은 모두 증발하고, 눈앞에는 손실 3,000만 원이 남았었다. 아. 이래서 빚으로 투자하지 말라는 것인가? 하락장을 세게 맞고 나니 빚을 내서 투자했던 판단이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상승장에 일부 수익실현을 해서 빚을 갚아야 했는데..."라고 100번은 넘게 생각한 것 같다.


22년 말에 엄청난 고통이 있었다.



다시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레버리지를 청산하고 마음이 편한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조정장 이후 1년 3개월간 주식 시장이 회복했고, 보유 주식도 대부분 주가가 많이 올랐다.


24년부터 미국 증시가 전고점을 회복하자 조금씩 금융 자산을 팔아서 빚을 갚기 시작했다. 가장 이율이 높았던 마이너스 통장을 가장 먼저 상환하고 다음으로 예금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 순으로 갚아 나갔다.



그동안 지불했던 이자비용을 정리해 봤다. 5년간 약 1,570만 원의 이자 비용을 지불했다. 물론 레버리지를 활용함으로써 얻은 수익이 더 많겠지만, 지불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빚 상환을 위해 투자 규모를 꽤 줄였으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지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아 더 큰 수익을 보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계좌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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