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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과치즈 Jan 05. 2019

2018 독서 연말결산

한 해동안 무엇을 읽었나

결산도 전에 2019년이 되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은 거니 정리 겸 작성해본다.



2018년도 독서 회고

1월, 17년 12월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보겠다고 재독을 시작한 해리포터 시리즈에 푹 빠졌다. 처음엔 언제 다 보나 싶었지만 금방 끝이 보이길래 '저주받은 아이'에도 손을 댔는데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내용이었다.

2월, 주말 아침에 페이지 터너 소설 한 권씩 읽기에 재미를 들였다. 아마 책 끝을 접다에 소개된 책들이 리디북스에 무료로 한 번씩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접했던 듯.

3~4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로 하루키를 처음 접했는데, 소설보다는 하루키라는 사람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한동안 그의 에세이를 찾아보았다. 규칙적으로 일을 하고 매일 달리기와 수영을 하고 저녁에는 맥주 한 잔을 마시는 하루키의 꾸준한 삶을 닮고 싶다.

5~6월, 독서 암흑기. 그나마 기억에 남는 책은 '우울할 땐 뇌과학'

7월, 리페프를 장만하다. 15년도에 구매한 크레마 카르타의 반응 속도가 점점 시원치 않은 느낌에, 언제부턴가 무거운 아이패드를 들고 이북을 보고 있었다. 참다 참다못해 리페프+500권 행사 때 지르고 주변에도 많이 영업했다. 그동안 리디북스에 쌓인 1000권 + 리디 셀렉트의 콜라보로 예스에서 사둔 이북은 거의 방치 중,,, 

8월, 리페프와 함께 온 500권 안에 '제왕 삼부곡'이 있어서 '강희대제'부터 시작했다. 강희대제 12권, 옹정황제 12권, 건륭황제 18권... 중드 짬바로 나름 익숙한 시대지만 매일 같이 이 책만 들고 있단 생각에 결국 1부를 끝내지도 못했다.

9~10월, 리디 셀렉트로 여러 책을 깨작깨작거리던 시기. 리디 셀렉트와 리페프의 콜라보가 너무 강력해서 결국 밀리의 서재는 정기결제를 종료했다.

11월, 시를 읽게 되다. 사내의 30일 시 필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강제로) 하루 한 편의 시를 보게 되었는데 이때 시를 읽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시를 읽고 음미하고 해석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글을 읽을 때 정보 위주로 금방 읽고 금방 잊는 나에게 하루 한 편의 시 필사는 적합한 시 감상법이었다.

12월, 11월이 끝나갈 때쯤 A형 독감에 걸리면서 병가가 생겼고, 밥 먹고 약 먹고 책 보고 밥 먹고 약 먹고 책 보고의 루틴으로 지낼 수 있었다. 좋았던 책은 '김상욱의 과학공부'. 알쓸신잡 출연으로 알게 된 김상욱 박사의 책인데, 보면서 '이 분처럼 나의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에는 집 근처 카페 테라스에서, 여름에는 에어컨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가을에는 훌쩍 떠난 템플 스테이 숙소에서 뒹굴거리며 책과 함께 했다.



올해의 책

1. 라틴어 수업, 한동일

베스트셀러에 있는 표지만 보고 흔한 감성팔이 책이라 오판했던 나를 매우 쳐야 한다. 저자가 서강대에서 진행했던 라틴어 강의를 옮긴 책이다. 학생들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생소한 라틴어에 대한 이야기의 조화가 정말 아름답다. 학생 때 저런 분의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이렇게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함께 남는다. 끝에 나오는 제자들의 편지 또한 많은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는 책이다.

제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도 라틴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라틴어를 통해 사고체계의 틀을 만들어주는 데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머릿속에 책장을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이 수업의 지향점이었지요.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머릿속에 ‘책장’을 마련하는 작업은 이 책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로 나아갑니다. 사실 그것이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


2. 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진송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계간홀로'라는 1인 독립 잡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 편집장(이자 디자이너이자 집필자이자 마케터이자...)의 필력이 장난 아니었다. 이 분의 칼럼들을 모아 출판한 책으로 연애지상주의로 만연한 세상에 일침을 날려준다. 나에게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답변으로 들이밀고 싶은 책. 단순히 '혼자 살 거야!!!!'하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비연애 상태에 대한 존중이 없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비연애주의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읽히는 글빨로 풀어낸다. 동 작가의 독립 잡지 출판 이야기를 담은 '이것도 책인가요' 또한 재미있게 읽어볼 만하다.

1920년대의 지식인이 ‘술 권하는 사회’에 살았다면, 2016년의 2030들은 ‘연애 권하는 사회’에 산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일단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눈을 홉뜨고 나에게서 어떤 ‘하자’를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연애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요소가 하나라도 포착되면, 그때부터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열폭’이나 ‘정신 승리’로 번역된다. “못하면서 안 하는 척한다”거나, “자유 되게 많을 것 같은데”라는 빈정거림도 간간이 들린다.
쉬지 않고 연애하는 이들은 능력자가 되고, 쉬지 않고 공감 공동체와의 관계에 몰두하는 이들은 무능하고 눈치 없는 이로 몰아가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이때 자연스럽게 우정은 연애보다 열등한 개념이 되기 때문이다. 연애는 현재 거의 모든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나머지를 깔아뭉갠다. (중략) 만족할 만한 공감 공동체를 가져본 이들은 안다. 무용한 이야기를 할 때 마음 놓고 진지해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흡족스러운지, 두세 번 에두른 농담에도 어떤 설명 없이 동시에 웃음이 터질 때 그 농담은 몇 배로 웃기는지, 몹시 시시한 일에 열을 올리며 몰두할 때 공감 공동체에만 거리낌 없이 공개하면 얼마나 속 시원한지. 


3. 달리기와 존재하기, 조지 쉬언

가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부상당해서 쉬고 지금은 춥다고 쉬는 건 함정), 이 얘기를 회식 자리에서 뵌 A께 말씀드렸더니 다음날 빌려주신 책(인데 아직까지 다 못 읽은 건 또 함정)이다. 마흔 살이 넘어 러너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저자의 달리기와 삶에 대한 에세이인데, 제목은 제법 묵직하지만(존재하긔,,,) 그리고 그 내용 또한 가볍지는 않지만 의외로 잘 읽힌다. 이 책은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왔는데, 책의 도입부에 있는 역자의 말 때문이었다. 역자의 말을 보다가 '이렇게 유려한 문장이 있다니?' 싶어 역자가 누구인지 궁금해 표지를 봤다. '김연수' 어??? 동명이인이 아닐까 맨 뒷장을 펼쳐봤다. '옮긴이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책을 읽기 전에]
지은이인 조지 쉬언 역시 경기로서의 'play'와 놀이로서의 'play'를 구분 없이 사용합니다. (중략) 그러니 이 책을 읽다가 '논다', 혹은 '놀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는 삶을 즐기는 일도, 경기를 즐기는 일도, 그냥 노는 일도 된다고 헤아려주십시오. 달리기가 바로 그런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엄정한 경기이면서 동시에 놀이이며, 또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삶이란 위대한 실험이다. 우리는 저마다 관찰자이며 실험 대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하고 실제로 살아보고 그 결과를 기록한다.
'왜 태어났는가?'와 같은 어마어마한 질문의 해답을 찾고 있다면, 일상에서 매번 부닥치는 '어떻게 하면?'이라는 사소한 질문의 해답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자신의 영혼이 궁금하다는 식의 큰 질문의 해답을 원한다면 몸에 대해 던지는 작은 질문부터 해결하라. 성자나 형이상학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운동가가 되어라.




못책만책 (샀지만 못 읽은 책, 읽다 만 책. 올해에는 읽을 책)

1. 장미의 이름, 움베르트 에코

고등학생 때 하권 중반까지 읽다가 결국 끝을 보지 못한 책. 약 10년이란 세월 동안 나의 지적 수준도 높아졌으니 잘 이해할 수 있겠지^^ 란 근자감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지만, 문장마다 죄송합니다를 외치면서 결국 완독에 실패했다. 한 살 더 먹은 나는 잘 읽을 수 있을거야,,,!

「떽, 성령을 받고도 머리가 그렇게 아둔할 수가 있더냐? 다른 이름을 붙였을 리가 있겠느냐? 목하 파리 대학 총장이 되어 세도로 말하자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뷔리당[3]이 논증의 실례로 말을 인용할 때마다 그 말을 〈브루넬로〉라고 부르는 데 여부가 있겠느냐?」

네????? 아둔해서 지송,,,,


2. 제5 도살장, 커트 보니컷

빨간책방을 듣다 보면 김중혁 작가가 커트 보니컷을 굉장히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궁금했는데, 이 작가의 책은 이북으로 나온 것이 없어서 한참 기다리다 그냥 종이책으로 샀다. 나의 역사 배경 지식의 한계인가 블랙 코미디스러운 장면이 나오는데 웃을 수 없었다. 마치 런던에 가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남들 다 웃을 때 나만 머쓱하게 눈치 보고 웃는 그 기분... 소외감...


3. 수전 손택의 말(외 말 시리즈)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나의 취향에 딱일 것 같아 + 표지의 깐쥐로 덥석 구매했다. 예스 이북으로 구매했는데 산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리페프로 넘어가게 되면서 한 장도 펼쳐보지 않았다.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박완서의 말'도 좀 펼쳐보고 읽고 싶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시리즈 물이었다. 10권 세트던데 그중 '수전 손택의 말', '박완서의 말', '한나 아렌트의 말', '칼 세이건의 말', '헤밍웨이의 말' 이렇게는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책 읽는 저희 집 강아지도 보고가새오



올해의 #다짐

서평을 쓰자. 항상 다짐하는 내용이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나는 모든 면에 있어서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턱없이 부족한 편인데, 독서에서는 아웃풋이 없으니 마음에 들어왔던 내용, 그때의 감상 등은 깡그리 잊고 그저 몇 권을 읽었는지와 같은 수치만 남게 되었다. 각 잡고 '서평을 쓰자'하니 또 부담감이 앞서 시작하기가 어려웠는데, 유튜브에서 좋은 영상을 보게 되어 함께 남긴다.


보고 싶은 책은 그때그때 보자. 이북 + 정기결제(리디 셀렉트)를 사용하면서의 문제는 '곧 나올 것 같은데...?'의 함정이다. 왠지 좀만 기다리면 이북으로 나올 것 같고, 왠지 좀만 기다리면 셀렉트에 뜰 것 같고. 일단 관심이 간 책은 바로 읽어봐야 하는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잊게 된다. 흥미가 가는 책은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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