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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Apr 07. 2020

05

멀리멀리 걷다가 저 버드나무 아래 죽은 풀숲에 눕고 싶어. 소멸과 환멸과 자멸에 대해 생각하다가 흘러가는 물거품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팔이 추워서 돌아갈 곳을 떠올렸지. 그러다 또 걷고 걷고 죽은 나무로 만든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아보고 기댈 곳이라는 게 무얼까 생각하다가 저기 저 다리를 건너가면 당신이 보일까. 인간의 몸에는 물이 너무 많아서 물을 잘 안 마시는데도 어디서 이렇게 자꾸만 나오네 하며 깨닫는 척을 했다가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노래를 검은 마스크 속에서 크게 따라 불러보다가 저 멀리 아주 멀리를 그려보다가 어젯밤 읽은 시인의 그것처럼 흐름대로 이해받지 못할 말들을 주절거려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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