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선사
삼월 잔설은 설상화(舌狀花)
길게 내밀었던 혀의 둘레를 거두고 있다
쏟아낸 말들의 무덤이
듬성듬성 하얀 혀꽃으로 지천이다
설상의 꽃잎이 진다
묵언
꽃머리 무게만 삼천근
잠시 내려놓고 다리 쉼 하는데
갈 길 가로막는 갈색꽃잎들
허공을 붙든 채
좌탈입망에 든 산수국 군락
화두(花頭) 없이
화두(話頭)도 없이
설상과 관상(管狀)의 꽃 사이
진흙 속 바늘이 수 천이다
여기가 바로 화엄이런가
헛 꽃잎도 꽃도 지지 않는다
불멸의 소멸 한 말씀 하시려고
빛 바랜 장삼 걸친 노승들
허공에 떠 있다
허공을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