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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Mar 15. 2024

수국선사

수국선사


삼월 잔설은 설상화(舌狀花)

길게 내밀었던 혀의 둘레를 거두고 있다


쏟아낸 말들의 무덤이

듬성듬성 하얀 혀꽃으로 지천이다

설상의 꽃잎이 진다


묵언

꽃머리 무게만 삼천근

잠시 내려놓고 다리 쉼 하는데

갈 길 가로막는 갈색꽃잎들


허공을 붙든 채

좌탈입망에 든 산수국 군락

화두(花頭) 없이

화두(話頭)도 없이


설상과 관상(管狀)의 꽃 사이

진흙 속 바늘이 수 천이다

여기가 바로 화엄이런가


헛 꽃잎도 꽃도 지지 않는다

불멸의 소멸 한 말씀 하시려고

빛 바랜 장삼 걸친 노승들


허공에 떠 있다

허공을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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