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은 무엇인가요?
내게 답하는 스물여덟 번째 편지
28일 차 주제. '강점'
저는 제 강점을 잘 몰랐어요. 왜 그럴까 생각하니 기준이 남에게 있었어요. 강점의 뜻은 '남보다 우세하거나 더 뛰어난 점'인데, 바로 이 '남보다' 때문에 제 강점을 강점으로 여기지 못했어요. 나와 비슷한 강점을 가졌는데 나보다 훨씬 잘해요, 그 기준에 놓으면 제 강점을 의심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약점에 있어서는 전문가인데 강점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죠. 강점을 살리고 싶어 이전에 잘했던 일을 분석해보아도, 이에 확신을 가지고 더 갈고닦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였어요.
일을 그만둔 후, 강점을 향한 시선을 바꾸려 노력했어요. 찾아다녔고 갈구했죠. 강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도대체 제 강점이 뭐죠? 책, 강의를 전전하다 제가 가장 공감되었고 받아들이기 좋았던 의미는 '내가 편하고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성과가 있는 게 내 강점'(김인숙, 뭐해먹고살지? 유튜브 채널)이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편한 것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제껏 불편해도, 못해도 무분별하게 애썼지만 그건 저라는 사람을 억누르는 것 이상의 것을 가져다주지 못했어요.
편한데 그럭저럭 잘할 줄 아는 것에 초점을 맞추니 조금씩 강점이 보였어요.
개인적으로, 강점을 찾아도 잊어선 안 된다 생각하는 게 있어요. 강점≠나, 곧 강점이 나를 규정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하는 거예요. 제가 범했던 우에 대한 깨달음이고요. 일의 결과에 따라 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경험을 이전에 자주, 어쩌면 항상 해왔어요. 내가 생산하는 무엇, 이에 따르는 온갖 평가를 나와 떼어놓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경직돼있었고 무슨 일을 하든 힘이 잔뜩 들어갔죠.
강점도 그랬어요. 내 강점에 걸맞지 않은 행동거지, 결과물이 나오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준비성이 좋다는 칭찬을 자주 듣고 스스로 강점이라 받아들였습니다. 그때부터 그 이미지를 깨지 않으려 (무)의식적으로 강점을 강화했어요. 문제는 이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드는 부정적인 감정, 수치심, 상대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생각에 위축됨에 있었어요.
나의 어떤 면이 타인에게 강점으로 인식되는 걸 느끼면 그 안에 갇혀버렸죠. 기대와 강점 사이를 부유하며 필요 이상으로 강점에 맞춰 행동했어요.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했고, '나는 ~한 게 강점인 사람이니까, 안 ~면 안돼' 논리에 허덕였어요. 저에게는 강점에도 얽매이지 않을 유연함이 필요한 것이죠.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강점이 발휘되지 않을 수도, 건강 상태에 따라 강점을 잃는 때가 온다고 생각해요. 새로이 계발되는 강점도 있고요. 그러니 유연하게 바라보자 맘먹었어요.
내가, 남이 부여한 강점에 힘을 풀어놓으니, 좀 살 것 같아요.
남편 눈에는 강점 하나에도 생각 많은 저의 이런 면이 제 강점 같나 봐요(생각이 많아 탈인데)… 음,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스물아홉 번째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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