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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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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Jan 26. 2022

오늘은 펑펑 울어버렸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from pixabay

 오늘은 나도 모르게 새벽 2시에 엉엉 소리 내어 울어버렸다. 층간소음 피해자였던 내가 층간소음 가해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천장만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끔은 참을 수가 없어 목놓아 울곤 한다. 아마도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 할 듯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피해자만 억울하고 서럽다.

 뾰족한 층간소음 해결방안이라는 게 딱히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이 글에서는 정부에서 권고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층간소음 가이드에도 당사자끼리의 대면은 추천하지 않으며, 중재기관에 해당하는 관리실이나 집주인에게 연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해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라는 단체를 통해 중재를 받게 된다. 여러 번 피해 사실에 대한 편지를 가해 세대에 보내고 중재가 되지 않으면 대화를 도와주거나, 소음 측정 등을 통해 피해사실을 증명해준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과 별개로 '내용증명'을 보내어 층간소음에 대한 피해사실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한다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내용증명이야 단 돈 몇천 원에 스스로 작성하여 보낼 수 있지만,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가 않다.

 문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음규정이 현격이 높아 측정을 통해서 구제받은 집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이 측정에서 구제받지 못한 사람이 청와대에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우선 소음은 두 가지 종류로, 작은 물건의 낙하나 가구의 마찰음 등을 규정하는 경량충격음과 아이가 달리거나 할 때 나는 소음같이 지속 시간이 긴 중량충격음으로 나뉜다. 경량충격음의 경우 48dB 이상, 중량충격음의 경우 40dB 이상부터 소음으로 규정된다. 직접 핸드폰 소음측정기를 가지고 모니터링해 본 결과, 발망치의 경우 순간순간 50dB 이상 넘어가는 경우는 많았으나 평균적으로 43dB 이상의 소음이 지속해서 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다행히 야간의 경우에는 좀 더 기준이 낮아지는데, 직접 충격음이 38dB 이상이면 층간 소음으로 인정되었다. 만약 1분 이상 38dB 이상이 지속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상당히 애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층간 소음으로 고통받는 것은 평균적인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최대치에 해당하는 순간의 소리가 꽤 오랫동안 간헐적으로 들린다는 점이기에 다른 방법으로도 피해 소명이 가능하다. 최고소음도가 주간 57dB, 야간 52dB로 규정되어 있어 1분 동안 최대치를 3번 이상 초과하면 층간소음으로 규정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이 가능할 것도 같다. 다만 dB 자체의 세기뿐 아니라 진동에 관련된 부분도 정확히 피해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

 다음은 층간소음에 대한 강제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우선 경찰이 출동한들 집으로 들어갈 수도 없으며, 층간 소음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찾아오면 스토킹 법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보복 소음의 경우에도 큰 배상을 한 판례도 있으며, 무엇보다 피해사실을 스스로 증명해내기가 쉽지가 않다. 반면, 뉴욕의 경우에는 관리사무소와 같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곳에서 3번의 주의를 받으면 공동 주택에서 퇴거조치되며 3번째는 약 1000달러 120만 원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 관리사무소에서 가해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히려 짜증을 내어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뉴욕으로 이민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정부 차원에서 1집 이상의 집이 같은 소음으로 고통받는다면 그 내용을 살펴 가해 세대에게 벌금과 퇴거 강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었으면 한다.

  엉엉 울고 있자니 마음이 아픈지 남편이 내일은 올라가서 한 번 진지하게 말을 해본다고 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층간소음 이웃사이에 도움을 요청하자고 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의 후기들이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뭐라도 하는 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울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여기까지 가지 않는 게 좋겠지만 가게 되면 이것 또한 기록해볼 생각이다.

 조사를 하다 보니 웃기는 부분이 있다. 환경부에서 인간이 참을 수 있는 소음도는  1분 평균 소음도로서 주간은 40㏈, 야간(오후 10시~이튿날 오전 5시)은 35㏈으로 조사했음에도 층간 소음 기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 또 한 가지 웃기는 부분은 국토부에서는 소음 방지 기준을 손에 들고 있던 생활용품을 떨어뜨릴 때 58㏈ 이하, 아이들이 쿵쿵 뛰는 정도일 때 50㏈ 이하가 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최고 소음한도를 넘어선다. (야간 1분 38dB 지속을 기준)

 요즘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층간소음이다. 후보들이 관련된 법을 정비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기준으로 삼아줬으면 하는 것은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소음도를 기준으로 법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더불어 진동에 대한 부분도 고려를 해주었으면 한다. 다음은 이미 지어져 있는 아파트들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으면 한다. 기존에 아파트에서 살며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건축법 재정은 사실상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건축물도 소음과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보강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는 적어도 새로 짓는 아파트도 소음 기준을 어느 정도 높여서 적용하였으면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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