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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Dec 30. 2022

당신의 행복까지는 며칠이 남았나요?

<행복까지 30일>


2023년, 새해까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접어드는 올해를 마주하니,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지는 연말이다.

올해는 이틀 남았는데 내 행복까지는 며칠이 남았을까?


여기 행복까지 30일 남은 아이들이 있다. 인도 빈민가에 사는 형제는 간식으로 나무 위 까마귀알을 훔쳐먹으며 지낸다. 어느 날 까마귀 둥지가 있던 나무가 베이고, 그 자리에 피자가게가 들어선다. 유명 연예인이 선전하는 피자를 처음 보고, 형제는 피자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피자 사줄 형편이 못 되는 할머니는 어린 손주들을 위해 전단지를 보고, 피자를 흉내 내본다.

원작 제목 : <The crow’s egg(까마귀알)>, 국내 제목 : <행복까지 30일>

형제는 진짜 피자가 어떤 맛인지 모르지만,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피자 맛은 아니라고 불평한다. 그리고 피자를 먹기 위한 D-30일 계획을 세운다. 피자를 먹기 위해 하루 10루피(우리나라 돈 150원)씩 30일 동안 피자값 300루피(우리나라 4,500원)를 모으기로 한다. 형제는 돈을 모으기 위해 선로 위에 떨어진 석탄을 줍고, 전단지를 돌린다. 벽 청소도 하고 물도 나르면서 꼬박꼬박 돈을 모은다. 나중에는 애지중지하던 강아지까지 팔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형제는 밖에서 논다고 거짓말하고, 매일매일을 일거리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피자 전단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300루피를 모으기 위해 하루 종일 바삐 일한다. 드디어 300루피를 모아 피자가게에 들어서려는 순간, 경비원은 빈민가 출신의 형제를 가로막는다. 예상과 다르게 돈이 있어도 피자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형제는 속상해한다.


형제와 (빈민가와 호화 주택을 갈라놓는) 울타리를 하나 두고 만나는 부잣집 친구가 형제에게 피자 한 조각을 건넨다. 건네받은 피자는 실컷 먹다 물려서 남긴 것처럼 한입 베어 문 자국이 선명하다. 형은 잠시 망설이다 자신의 힘으로 사 먹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제 형제에게 피자보다 우선순위 목표가 생겼다. 피자가게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빈민가 아이들로 보여서는 안 된다. 형제는 새 옷을 사기 위해 더 많이 일해 돈을 모은다. 막상 옷을 사기 위해 시내 백화점 앞까지 갔지만, 형제는 새 옷 사는 것을 포기한다. 저렇게 으리으리한 백화점에서 형제의 출입을 허락할 리 없어 보였다.


단념하고 돌아선 형제는 쇼핑하고 나온 부잣집 형제를 우연히 마주친다. 부잣집 아이들은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는 위생상의 이유로 이를 막는다. 부잣집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형제는 길거리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며, 부잣집 아이들의 옷을 그 자리에서 산다. 형제는 다시 새 옷을 입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피자가게로 향한다. 돈도 있고, 새 옷도 입었으니 이제 피자가게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착한 피자가게에선 여전히 형제의 출입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직원이 형의 뺨을 때린다. 계획대로 돈을 모아도, 새 옷을 입어도 피자가게에는 발조차 들일 수 없었다. 형제는 실망과 체념을 안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집 근처 길목에 들어서니 할머니의 장례식 준비로 부산하다. 할머니의 부족한 장례비용을 위해 형은 그동안 모은 돈을 기꺼이 내놓는다. 이제 피자 살 돈이 없는 형제는 새 옷을 벗어던지고, 주머니 속에 꼭 간직해온 피자 전단지도 놓아버린다.


얼마 뒤, 빈민가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피자가게 앞에서 뺨을 맞은 영상이 뉴스에 방송된다. 인도 전역은 이제 이 형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피자가게 사장은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아이들을 피자가게로 초대한다. 가게 앞에는 형제를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구경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형제는 많은 사람의 환호 속에 레드카펫을 밟으며, 꿈에 그리던 피자가게에 들어선다. 이 상황이 어리둥절한 형제는 간절히 먹고 싶었던 피자를 앞에 두고 우물쭈물 해한다. 이를 보던 사장이 직접 형제들 입에 피자를 넣어준다. 사장은 피자를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서 먹어도 된다고 형제에게 약속한다.


이제 형제는 원하면 언제든지 피자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피자를 먹은 형제는 말한다. ‘생각보다 피자가 맛이 없다고, 오히려 돌아가신 할머니가 만들어준 피자가 더 맛있다고’, 그리고 앞에 놓인 피자를 보고 “언제 다 먹지” 하며 걱정한다.

목표가 없던 빈민가 아이들에게 피자라는 목표가 생기고, 희망이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피자를 먹지만, 형제의 기대만큼 맛있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오히려 피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돈을 모았던 그때가 아이들이 가장 행복했던 때였다.


형제는 먹어본 적 없는 피자 맛을 확신했고, 진짜 피자는 할머니 피자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피자를 먹어본 뒤, 형제가 원했던 게 피자였는지, 피자에 대한 기대였는지, 만족감과 멋쩍음이 뒤섞인 웃음을 짓는다. 이제 형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뛰어논다. 마치 피자라는 목표가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겐 특별할 것 없는 피자를 먹기 위해 30일 넘게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다. 내가 행복이나 목표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피자가 빈민가 형제에게는 돈을 모아도 얻을 수 없는 행복이었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목표와 행복이 되기도 한다.


대학에만 다시 들어간다면, 길거리 장사를 해도 좋을 거 같았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다시 들어가니 대기업 채용공고만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수입 없이 지내면서 내 목표도 바뀌었다. 작은 회사에서 많지 않은 월급을 받더라도 내 일이 있다면, 그것이 행복일 거라 여겼다. 그러나 막상 회사에 다니니, 몸도 마음도 자유로웠던 취직 전이 그리웠다.


지금 목표가 이뤄지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그 목표에 내 행복도 같이 있을까?

행복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늘 다음 정거장을 가리킨다. 막상 다음 정거장에 다다르면, 행복은 또 그다음 정거장을 가리킨다.

내가 짐작하는 행복은 다음 정거장에 있고, 내가 아는 행복은 지난 정거장에 있다.


정거장은 늘 지나쳐야 하지만, 잠시나마 행복이 머무는 순간이 지금이기를 바란다.


We realized later its true nature.
우리는 나중에야 그것의 진짜 본질을 깨닫게 된다.

<The crow’s egg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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