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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cc May 06. 2024

예술로 승화된 기억?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 리뷰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에 다녀왔다. 어느 순간부터 '세월호'와 '기억'은 떼려야 떼기 어려운 이름이 되었다. 이번 전시 또한 '기억물품'을 활용하여 꾸려졌다. 기억물품이란 희생자의 유류품을 일컫는 말로, 희생자의 생전 기억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를 품은 여러 작품을 보고 왔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리워하며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 외에, 10주기 특별전에서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는지 알기 어려웠다.

제목에서 강조하듯 '회억'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왜 회상이 아니라 '연대와 실천이 동반된 기억'인지를 전시의 언어로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공모를 통해 뽑힌 제각기의 작품은 그저 나열될 뿐, 하나의 메시지를 이루지 못했다.


위의 공모는 세월호 선체에서 나온 9,000여점의 유류품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며 기획되었다는데, 유류품을 그대로 남겨두지 않고 예술로 '승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작품에서 보이지 않았다.(그저 어떻게든 활용해보자는 단순한 동기가 아니었다면.)



이건 예술가의 역량 문제라기보다는 기획의 문제로 보인다. 명확한 주제의식 없이 공모를 열어서 당선된 작품으로 전시를 한다면, 그 전시가 나열식에 그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시민이자 관람객 입장에서 10주기 전시를 찾을 땐 우리 사회의 비극인 세월호참사 10년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뾰족한 메시지를 기대하고 가기 마련이므로, 아쉬움이 남았다. 이 전시의 제목처럼 왜 기억이 아니고 회억인지조차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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