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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cc Oct 10. 2023

발베니 <발베니 헤리티지 전시회>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브랜드의 역사

하이볼이 유행하며 위스키가 MZ가 찾는 술이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그전까지 위스키는 어른들의 술이었고, 고오급 주종이었다는 말이다. 고급 브랜드는 차별화가 필수다. 그리고 발베니는 위스키계의 '마스터피스'로 스스로를 브랜딩한다. 그 중심에는 명품을 제조하는 '장인'이 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발베니가 아니다. 발베니에서 60년을 일한 몰트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1945~)의 일대기를 다룬다.



REPORT

발베니 <발베니 헤리티지 전시회>

일시 : 2023년 10월 7~20일

장소 : 서울시 강남구 앤드트리메타



[브랜딩]
발베니, 더 마스터피스
골드 컬러
[전시 특징]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발베니와 함께한 60주년을 기리는 전시
1~3층으로 전시가 이어지며, 현재~과거순(1962년)으로 스튜어트의 일대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
전시장마다 도슨트를 배치해 관람객에게 직접 설명
발베니를 <모나리자>처럼 전시
[전시 속 아카이브]
기록 속 스튜어트의 말 인용문
스튜어트의 과거 사진
역사적 가치가 있는 발베니 제품


건물 한 쪽 벽 전체를 전시 현수막으로 매핑해두었다(왼쪽). 전시장 입구로 가는 길은 발베니 생산 원료인 보리로 꾸며두었다(오른쪽).


발베니 몰트마스터는 원료 생산부터 샘플 시향까지 제조 공정 전체를 책임지는 직책이다.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1962년 발베니 증류소에 위스키 재고 담당 직원으로 입사해, 1974년 5대 몰트마스터 자리에 올랐다. 첫 정식 병입된 발베니 싱글몰트 위스키가 출시된 게 1971년이니, 발베니의 역사에서 스튜어트는 산증인인 셈이다.


이 위스키 장인의 위대함과 비상함이 곧 브랜드의 가치가 되도록, 전시는 이야기한다. 스튜어트가 얼마나 위스키 산업에서 훌륭한 업적을 세웠는지, 그가 개발한 피니싱 기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가 60년 세월을 발베니에 얼마나 헌신해 왔는지. 


그리고 이를 고급스럽게 전시된 발베니 제품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본사에서도 소장하지 못한 희귀한 것들은 컬렉터에게 빌려와 전시해 두었다. 그런데 제품만 덜렁 있으니, 마니아가 아닌 관람객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그래서 매 전시실에 도슨트가 서서 관람객에게 스튜어트의 업적과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알려준다. 전시는 현재부터 역순으로 스튜어트의 일대기를 따르며, 역사 전시에서 흔히 보이는 연표도 있었다...


전시장 내부로 입장하면 도슨트가 발베니 관련 기본 용어부터 설명한다
발베니 싱글몰트 첫 정식 병입 위스키. 병이 각진 세모 모양이다. '싱글몰트'라는 말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PURE MALT WHISKY'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처럼, 전시실 한편에 마련된 '발베니 60년'을 위한 공간
TMI : 이 공간에서 <스트리트우먼파이터 1>를 촬영했다. 가비가 머리 흔들던 그 스테이지!
전시 감상을 마치면 3층에서 발베니를 유료로 시음할 수 있다


하다못해 이런 수기 노트라도...(출처: https://kr.thebalvenie.com/crafting-the-balvenie/the-distillery-story/)

아쉽게도 기획력이 좋거나 스토리텔링에 충실한 전시는 아니었다. 스튜어트가 발베니에서 보낸 60년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록이라던가, 그의 장인 정신이 녹아든 소품이나, 발베니를 향한 애정이나 자부심이 담긴 인터뷰 영상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특별한 위스키를 진열해 둔 데 불과했다. 


바로 이 점이 마니아에겐 어필할 수 있겠다. 다만, 브랜드 전시의 타깃은 보다 넓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스토리텔링의 부족함을 도슨트 설명으로만 채우기엔 디테일이 부족했다. 추가 질문을 했을 때, 충분한 답변듣지 못한 것이다(라벨에 적힌 release date가 무슨 뜻인지, 몰트마스터는 단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직책인지 물어봤었다).


개중에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면, 빈티지 위스키에 부착된 라벨이었다. 진짜임을 증명하는 인증서 같은 것으로 어떤 캐스크에서 숙성됐는지, 수기로 생산연도, 출시연도, 서명 같은 게 적혀 있었다. 위스키는 시간의 숙성이 중요한 만큼, 이런 빈티지 위스키에 붙은 라벨 기록으로 다음 전시는 기획해 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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