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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cc Apr 09. 2024

바보야, '전통'도 창작에서 시작했어

경기소리꾼 이희문이 만드는 이 시대의 전통


Q. 소리꾼은 '옛날' 노래만 불러야 해?


‘전통’이란 게 고정된 것 같지만 실은 동시대적인 거다. 
(이희문/경기소리꾼)

나는 20대 후반에 뒤늦게 전통예술계에 들어왔다. 올곧게 전통을 하다가, 배운 것을 기반으로 컨템퍼러리한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전통을 꼭 옛것 그대로 해야 하나?’ 물어볼 데가 없으니 경기민요의 역사를 공부했다. 역사를 공부하고 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과거에도 현재가 있었다. 경기민요가 머물러 있는 음악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Q. 나의 이야기로 쓴 민요란?


내 이야기, 그것도 민요를 하기 전 나를 이야기하려니
기존의 민요로는 해결이 안 되더라.
(이희문/경기소리꾼)

가사도 새롭게 쓰고 창작곡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민요 가사가 워낙 좋다. 판소리가 '소설'이라면 민요는 '시'다. 이 시라는 게 참 묘해서, 같은 <청춘가>의 가사도 10년 전과 작년, 지금 부를 때 다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욱 민요 가사를 쓸 엄두가 안 났다. 시인에게 맡겨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느 날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막 떠오르는 거다. 생각나는 대로 적으니 일차원적이긴 해도 내 마음을 다 표현한 글귀였다.




Q. 나의 민요를 정의한다면?


지방 곳곳에 생긴 대로 남아 있는 민요를 토속민요라고 한다. 
강남에서 나고 자란 나도 지금의 토속민요를 하는 셈이다
(이희문/경기소리꾼)

민요는 토속민요와 통속민요로 나뉜다. 강원도의 ‘정선아리랑’처럼 지방 곳곳에 생긴 대로 남아 있는 민요를 토속민요라고 한다. 거기서 살던 사람들이 만들고 부른 노래라 그 지역문화를 알아야만 공감이 간다. 가사도 투박해서 직업 소리꾼이 부르던 통속민요가 갖는 대중성은 부족하다. 그러니까 강남에서 나고 자란 나도 지금의 토속민요를 하는 셈이다




그가 태어난 1970년대,  강남도 환골탈태를 시작했다. 논밭은 고층 아파트와 고급 상가로  바뀌었다. 소위 ‘강남 8학군’으로 불리는 명문고교도 이때 강남으로 이전했다. 허허벌판에서 초고속 성장한 가장 현대적인 이 공간에서 이희문은 가장 한국적인 민요를 접하며 자랐다. 그의 새로운 레퍼토리 ‘강남’은 지금의 이희문을 만든, 우리가 모르는 이희문을 들려준다. 

“민요를 하기 전 저의 이야기에요. 그 시절의 나를 이야기해야, 소리꾼으로 걸어온 20년이 뒷받침된다고 생각했어요. 유년기·소년기·청년기를 다룬 자전적인 레퍼토리 ‘강남’을 3년 동안 시리즈로 만들어 갈 거예요. 자기 삶을 생긴 대로 노래했던 민요(토속민요)의 순기능을 되찾는 작업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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