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공감으로
광고의 형태로 세상엔 많은 메세지가 흘러넘치고 있다. 프로덕트부터 사회문제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매일 수십 개의 메세지를 받는다. 그중 가장 당신의 기억에 남는 카피는 무엇이었을까? 메세지는?
요즘 나는 뉴스레터를 통해 짧은 뉴스들을 받아본다. 관심 있는 기사는 다른 기사들을 타고 들어가며 심도 깊게 살펴보는 중이다. 최근 차별에 대한 여러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는 역시나 젠더이슈다. 특정 성별을 옹호하는 게 아닌, 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할까에 나는 조금 더 집중해 보고 싶었다. 우리는 왜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여전히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왜 여러 캠페인을 통해 차별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걸까? 계속 다른 형태로 그 모습을 바꿔가며 세상에 나오는 가난에 대한 혐오, 학교나 학위에 대한 혐오 등등 우리 삶은 다양한 형태로 문제들로 얼룩져 있다. 사람들은 왜 혐오를 소비하는 걸까?
매 시즌 매 시기 별로 사람들이 소비하는 혐오의 대상은 달라진다. 사회는 개인의 분노를 표출시킬 적절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타자의 분노에 자신의 불만들을 반영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을 해소한다. 가끔 맘충 같은 표현을 볼 때면 생각한다. 이 중 과연 맘충으로 인해 피해본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재밌게도 하나의 트렌드처럼 혐오의 대상이 정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사례가 쏟아져 나온다. 지역 혐오가 큰 이슈가 되었을 때도 특정 지역민을 빼곤 모두 지역에 대한 편견을 쏟아내며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는 자신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포장된, 하지만 혐오가 깊숙하게 깔려 있는. 그렇다면 이런 혐오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분노를 달래주기 위해 도대체 나라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들은 여러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여러 캠페인을 벌이고 공익 광고를 만들며 공모전을 열어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들은 <장애는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핑크 카펫> 같은 류의 카피를 쏟아내며 사회에 지속적인 선한, 부족함 없는 반듯한 문장들을 내놓았다.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실들, 문장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카피들은 결국 행동을 끌어내기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그 어떤 액션 또한 취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데?
결국 광고는, 캠페인은 하나의 잘 짜인 스토리로,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세상에 나와야 한다. 그래야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자발적인 액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상 속 사례에, 시대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친구들의 언어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차별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지표들, 수치들은 우리네 삶에 녹아든 혐오에 대하여 말해주지만 결국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지, 무슨 변화가 필요한지 알려주지 못한다. 우리는 정돈된 카피로 약자들이 당하고 있는 수많은 차별에 공감할 수 없었고 어떤 행동을 통해 우리네 삶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에 하나의 일상적 이야기에 우리네 삶을 넣어 차별받는 이들이, 약자들이 우리네 삶에 녹아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캠페인을 통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자신의 삶 속에 캠페인을 끌어올 수 있는지, 그로 인해 그들이 액션을 취할 수 있는지 광고 제작자들은 항상 고민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단순히 문장으로 둥둥 떠다닐 문제가 아니다. 공감할 수 있는 문장과 이야기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액션을 취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며 더불어 그들이 그들의 분노를 파악하고 적절히 표출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의 예시가 될 것이다.
사기업들은 자신의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공기업은 매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알아서 공기업의 광고를 찾아봐야 한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법부터 우리 새롭게 고민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공익 광고는 재미없고 형식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더불어 이로 인해 사람들의 갈등과 혐오가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다면 더 큰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여러 사회 문제의 시작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선한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조금만 노력한다면 시도가 어설퍼도 결국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나는 믿는다. 나는 내가 사는 사회가 조금 더 다양성을 가진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인간에 대한 나의 관심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너무 꿈같은 이야기인가? 하다 보면 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