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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승현 Sep 14. 2021

사원1의 지역 기획자 도전기2

동네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

 한 동안 동네를 빙빙 돌아다니며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 어떤 걸 할까, 글을 쓸까? 내가 세달 동안 가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국에 인터렉티브 인스톨레이션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손도 많이 가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쏟아야할 시간도 많아서 겁부터 났지만 뭐 어때 그럴려고 시작한 일인데.

 회사에 출근해서 과자를 먹으며 생각했다. 내가 매번 말하고자 했던 가치들은 너무도 추상적이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이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인간에게 정말 관심이 많다. 하나의 인간은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주기도하고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나는 인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왜냐 그들이 행복해야지 나도 행복해 질것 같거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면 저런 박과장 같은 인간도 없을거고 다들 하하호호 웃으며... 그러니까 너무 허황된 이야기인가? 

 잠시 이야기를 옆으로 끌고오자면 내 주변은 예술가 지망생들이 많다. 예술은 하고 싶지만 돈은 없는 친구들, 자기가 하고자하는 메세지가 명확하지 않은 친구들, 그래도 그 중 나는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는 매우 명확했다. 결핍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여 더 나은 삶을 살자. 그래야지 다 같이 행복할거 아니야. 다들 비웃었다. 나는 결핍 없는데?

 

 사실 나도 내가 건강한 줄 알았다. 사는게 다 비슷하고 적당히만 살아도 반은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내 세계에 갇혀 다른 세계에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얼간이었다. 비슷해보여도 달랐고, 달라도 비슷해보였다. 우리는 사실 누군가와 삶을 비교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까. 예시로 다래끼가 날때마다 한자를 슥슥 써주던 민간 요법은 우리집에서만 유행이었다. 종종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보편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렇듯 우리는 자라며 각 집안의 룰에 맞게 생각을 맞추며 커왔다. 그래서 그게 평균인줄 알고 사는 것이다. 가장 이게 보편적이야. 이게 맞아 엄마가 이렇게 말했거든.


 그래서 우리는 쉽게 가족의 병에 걸렸다. 대대로 내려오는 마음의 병을 대게는 그대로 물려 받으며 우리는 부모와 비슷한 삶을 살게 되고 그들의 행동을 답습했다. 그래서 불행한 가정을 둔 내 친구들은 그들의 부모처럼 불행했다. 

 나는 공부나 재산 따위와 별개로 오롯이 인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런 물질적 가치들을 제외한 진짜 인간이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그렇게 혼자 오랜 시간 방황하다 발견한게 나의 상처 받은 어린 시절이었다. 일곱 살에 멈추어 고집을 부리며 울고 있는 어린 아이. 그 아이를 발견하기까지 나는 너무도 오랜 시간을 방황했다. 그래서 그때 알게 되었다. 이 아이가 내 결핍의 전부가 될 수 있구나.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는 결핍으로부터 해방되게 해줄까. 결핍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아이를 안아주면 된다. 그걸로 삶의 위로는 끝난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를 만나기까지 우리는 다른 이들을 만나고 끝없이 부딪히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야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그렇기에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선 하나의 마을이 필요한 것이다. 그 아이는 혼자서,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잘 자라날 수 없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야 비로소 자신이 살던 알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사실 내가 살던 동네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알과 같은 존재였다. 결핍이 생긴 삶의 균열을 조금씩 마주할 수 할 수 있게 도와준 곳이기도 하니까. 나는 사촌들과 동네를 뛰놀며 그곳에서 나의 첫 날것의 서울을 마주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칠줄 모르는 구슬을 예쁘다고 모았다. 사촌 오빠는 인형 뽑기에서 인형을 뽑아 나와 내 동생에게 주었다. 부모의 존재가 흐렸던 내게 그건 어쩌면 꽤 괜찮은 삶의 위로였을지 모른다. 

 나는 뭐 대충 사람들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인스톨레이션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 동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의지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보이지 않는 동네와의 유대가 인스톨레이션에 잘 녹아나면 좋겠다. 내일이다. 작품 기획서를 낼 생각에 아주 설레는구만. 기획서는 브런치에 적는대신 나중에 작품과 함께 천천히 공개해보려고 한다. 나중에 사람들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어떠한 설명 없이 내게 말해주면 좋겠다. 이 작품이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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