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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슬비 Jul 19. 2020

괜찮아도 괜찮아

 언제부터였을까. “괜찮아요라는 말이 익숙해진 것은.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아파도 괜찮고 울면서도 괜찮고 벼랑 끝까지 몰려도 괜찮아졌다. 수없이 괜찮아졌다. 우리는 빌어먹을 ‘어른이어서 괜찮아야 한다. 언제까지 바닥에 누워 떼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걸 알아서 씁쓸하다. 떼를 쓴다고, 엉엉 운다고 달라지는  없다. 그걸 아는 우리는 어른이다. 그래도 우리는 괜찮지 않을 권리가 있다. 억지로 괜찮으면 그건 터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괜찮지 않을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가족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유일한 가족이 있다. 바로 엄마다. 나는 엄마에게 정말 솔직하다. 남들에게 부끄러운 이야기도 엄마에게는 서슴없이 한다. 그러나 엄마한테 괜찮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있느냐, 그건  아니다.  속앓이 하면서도 엄마 앞에선 웃어 보이고, 연기하는 나를  때마다  안타까울 뿐이다. 괜찮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나의 모습은 엄마의 탓이라기 보단 나의 탓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자존심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 엄마에게마저 나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엄마는 나보다 약하고 여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가끔은 어른도 누군가의 앞에서 엉엉   알아야 한다. 가끔은 어른도 세상에게 떼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게 곪지 않는다.  괜찮아도 괜찮아온 나였기에 곪아 지금의 내가 되었다. 심한 우울증으로 모든  무너져 버린 이후 모든 이들의 원망 섞인 말을 들었다.  괜찮다고 말하지 말라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라고 말이다. 그러나  힘듦을 누군가에게 토로하자, 부작용이 생겼다. 아무리 소중한 이였어도,  가족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걸 이제는  알기에,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마음을 말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엄마,  오늘은 너무 괜찮지 않아.”

 “엄마,  요즘은 괜찮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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